친여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해 여권 인사들이 감싸기에 나선 것은 놀랍지 않지만 그를 두둔하는 논리는 참담하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언론이 보수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균형을 잡아보려는 시도”라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기득권 세력과 한편”인 다른 언론들과 달리 진실을 말한다고 했다. 일부 보수 언론의 편파성을 바로잡기 위해 음모론성 주장을 서슴지 않는 김씨를 내세우는 것은 모든 언론을 하향평준화하는 해법일 뿐이다.
□ 최근 간선도로 시속 50㎞, 이면도로 시속 30㎞의 안전속도 정책이 실행돼 과속 단속과 과태료 부과가 시작되자 “무단횡단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높여라”는 것이 나온 반응 중 하나였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 시행 때도 “운전자만 과잉 처벌한다”는 반발이 컸다.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을 위험이 큰 보행자, 특히 어린이를 보호하자는 애초의 법 취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만 처벌받을 수는 없다’는 형평성 논쟁만 남았다.
□ 정치권에서 불붙은 20대 남자 잡기 경쟁도 여자들에게 고통과 차별을 안겨 남자들의 억울함을 달래는, 나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여군을 받아들일 준비는 없으면서도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이 단적인 예다. “기꺼이 복무할 테니 대법관도, 각료도, 기업 임원도 남녀가 정확히 50%씩 하도록 하자” “집에서의 돌봄·가사노동도 18개월만 하고 끝내자”는 여자들 반응이 대번에 나온다. 차별의 구조를 해결하려는 근본적 고민이 없으니 갈등만 자극하는 꼴이다.
□ 언제부턴가 공정과 평등은 벌주기 개념이 돼 버렸다. 다른 누군가가 수혜를 받는 것은 불공정하고 나 혼자 벌 받기는 억울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약자를 보호하고 같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통탄할 만한 공동체의 후퇴다. 책임 있는 정치인, 공인이라면 후퇴하면 안 되는 하한선을 그어야 한다. 그 위의 논쟁만이 의미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