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 치인 새끼 죽음 목격한 유기견 가족 그 후

입력
2021.04.25 14:00
[가족이 되어주세요] <286> 햇님이, 달님이, 꽃님이, 별님이



지난달 8일 경남 창원 한 공업사 근처에 살던 유기견 가족 중 한 마리가 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 기억하시나요. (기사보기: "유기견은 차로 치어도 됩니까?… 엄한 처벌 촉구합니다")

당시 운전자가 위험하다는 수신호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강아지를 치었고, 사고 직후에도 그냥 간 게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는데요.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는 남은 개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 구조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엄마개 ‘햇님이’(2세 추정∙암컷)와 아빠개 ‘달님이’(3세 추정∙수컷), 햇님이와 달님이가 낳은 ‘꽃님이’(1세 추정∙암컷)와 ‘별님이’(1세 추정∙암컷)는 이후 동자연의 보호소인 ‘온센터’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길 생활 탓에 햇님이는 심장사상충(심폐질환을 일으키는 기생충)에 걸려 있었지만 다른 세 마리의 건강상태는 다행히 좋다고 합니다.

이들 가족은 사망한 막내 ‘장군이’까지 포함해 서로에 대한 애정이 무척 큽니다. 험난한 길 위에서도 함께 붙어 다니며 서로의 온기에 잠을 청했고, 주민이 밥을 챙겨주면 누구 하나 먼저 달려들지 않고 서로 먹을 때까지 양보하며 기다려줬지요. 누구 하나 거리가 멀어지기라도 하면 나머지가 기다려주는 그야말로 가족이었습니다.

장군이가 떠난 그날, 남은 개들은 밤이 지나도 장군이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 주위를 맴돌았고, 차갑게 굳은 장군이에게 다가가 냄새를 맡고 또 맡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서인지 네 마리는 온센터에서도 꼭 같이 다닌다고 해요. 동자연 활동가 이민주씨는 "한 마리가 겁을 먹고 있으면 다른 한 마리가 앞장서 이끌어주며 지낸다"며 "네 마리 모두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라 처음 만난 사람은 낯설어 하지만 조금만 친해져도 사람을 잘 따른다"고 말합니다.

죽은 장군이가 차에 치일 때 가장 가까이 있었던 달님이는 네 마리 중 가장 겁이 많습니다. 장군이를 깨우듯 행동하고, 곁을 가장 오래 지킨 것도 달님이입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구석에 숨는 편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경계심이 풀어지면 꼬리를 흔들고 다가오기도 하고 냄새도 맡는다고 해요.


꽃님이는 아직 어려서인지 네 마리 가운데 사람에게 가장 잘 다가오는 편이지만 안아 올리려고 하면 겁을 많이 먹는다고 해요. 품에 안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기다려주면 마음의 문을 열 거라고 하네요.

엄마개 햇님이는 소심한 편이지만 낯선 사람이 와도 먼 발치서 편한 자세를 잡고 쉴 정도로 무던한 성격이고요. 별님이는 꽃님이와 햇님이가 앞장을 서면 그 뒤를 따라 움직이는 편이고 사람에게 다가올 때도 다른 개와 몸을 맞댄 채 다가오기 때문에 다른 가족과 함께 입양을 가면 좋겠다고 하네요.

길 위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더위와 추위를 함께 견뎌낸 가족입니다. 햇님이, 달님이, 꽃님이, 별님이에게 이제 마음 놓고 의지할 평생 가족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입양문의: 동물자유연대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55997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