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았다가 뒤로 눕거나, 누워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누울 때 천장이나 벽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낀다. 어지럼증은 1분 이내에 멈추지만, 머리를 다시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꾸면 증상이 반복된다. 너무 어지러워 메슥거리고 토하거나 식은땀이 난다."
이석증(耳石症ㆍ양성돌발체위현훈)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석증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의 30~40%를 차지할 정도다. 이석증 환자는 2016년 33만6,765명에서 2020년 41만1,676명으로 최근 5년 새 22%나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석증은 여성이 더 취약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칼슘 대사가 취약하고, 특히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인해 칼슘 대사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석증은 속귀(내이)의 일부인 전정기관(머리 움직임과 기울어짐을 감지해 인체 평형을 잡는 기능)에 모여 있는 이석(耳石ㆍ귓속에 생기는 돌로 일종의 칼슘 부스러기)이 노화나 외부 충격으로 떨어져 나와 머리 회전을 감지하는 3개의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생긴다. 머리 움직임에 따라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하지만 이 석증은 2~4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자연히 사라지므로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어지럼증이 너무 심하거나 잦다면 낙상 등 안전사고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이석증은 비디오 안진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비디오 안진 검사는 환자를 다양한 자세로 눕힌 후 눈의 움직임(안진)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진단하는 검사다. 후반고리관 이석증이라면 몸을 한쪽으로 돌려 누운 자세를 취할 때 눈이 위로 올라가며 심한 회전성 안진이 나타난다.
이석증 증상이 급성기이거나 어지럼증이 매우 심각하면 약물 치료와 이석치환술로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방법을 통해 치료한다. 이석이 들어간 반고리관 위치에 따라 빼내는 방법이 다르므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 시행해야 한다.
전은주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즉시 진단할 수 있고 진단만 정확히 된다면 물리치료(이석정복술 혹은 이석치환술)로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만큼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이라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석정복술은 반고리관의 내림프액 속에 흘러 다니는 이석 입자를 제 위치인 난형낭 쪽으로 되돌려놓는 방법이다. 환자의 몸과 머리를 일련의 방향과 각도로 움직여주는 치료다. 치료 시간은 15분 정도로 짧고 통증도 없지만 시술 도중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2~3회 치료로 90%가량 치료가 된다.
이석증은 언제든지 이석이 다시 반고리관으로 나올 수 있기에 재발 가능성이 높다. 특히 외상과 노화, 스트레스, 만성피로, 면역력 저하 등 몸의 급격한 변화시에도 이석증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고개를 심하게 돌리거나 젖히는 동작을 삼가고 △심한 진동을 일으킬 수 있는 놀이공원 기구 타기 등을 피해야 한다.
자가 치료법으로는 이석 습관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가만히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천장을 보면서 한쪽으로 눕는다. 천장을 보면서 1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일어나고 그 반대편을 보고 다시 천장을 보면서 불순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30초에서 1분 기다린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다. 이 방법을 아침저녁으로 10회 정도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복적인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 질환으로 메니에르병이 있다. 메니에르병이라면 발작성 어지럼증과 함께 청력 저하, 귀 충만감, 귀울림(이명) 등의 청각학적 증상이 동시에 발생한다. 메니에르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자가 면역 이상 등에 의한 내림프액 흡수 장애로 인한 내림프 수종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처음부터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둘 가운데 하나만 발생해 반복하는 비특이적인 경우도 있다. 메니에르병 초기에는 발병 환자의 80% 이상에서 별다른 약물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하지만 어지럼증과 청력 저하, 구토 등의 발작 증상이 너무 심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영구적인 난청이나 지속적인 어지럼증 등이 생길 수 있기에 이를 막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급성 어지럼증 발작 시 전정 억제제 및 오심ㆍ구토를 억제하는 약물이 사용된다. 만성 어지럼증이라면 베타히스티딘이나 이뇨제 같은 약물을 처방해 재발을 예방한다.
변재용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재발이 잦으면 청력이 좋을 때에는 내림프낭감압술을 시도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실 내 약물주입술이나 미로절제술 등을 시행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