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방사성 폐기물과 관련한 정보 공개를 요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해양 방류가 결정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자, 한국도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종의 '맞불작전'을 편 셈이다.
22일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방안을 공론화한 후 한국의 폐기물 정보도 함께 공개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원전 폐기물 방류는 후쿠시마 원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이니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국의 방류 정보도 공유해 함께 고민해 보자는 것이 일본 측 논리"라고 말했다. 실제 한일 또는 한중일 정부 당국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 세미나를 열어 각국의 원전 폐기물 방류 현황을 공유하자는 구체적 계획도 제안했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유력시됐던 2019년부터 일본 측에 방류와 관련한 정보를 요구해 왔다. △핵종 △농도 △방류 기간 △방류 총량 등 일본의 해양 방류로부터 우리 국민들이 안전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요구한 것으로, 일본 측은 한국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고 역제안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내부 검토 끝에 '공개 불가'로 결론 지었다.
일본 측이 자료 공개 대상으로 염두에 둔 것은 삼중수소(트리튬)를 배출하는 월성 원전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도 해양 방류에 앞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치지만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해 인체 유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상 가동 중인 월성 원전과 2011년 폭발사고 이후 핵 연료에 직접 닿은 오염수를 배출하는 후쿠시마 원전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일본의 '물고 늘어지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13일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한국, 중국, 대만을 포함한 전 세계 원자력시설에서도 국제 기준에 따른 각국의 규제에 기반해 삼중수소를 포함한 폐기물을 방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에 따라 원전 폐기물을 방류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당장 주변국 국민들의 안전을 입증할 수 있는 정보를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보 요구 압박을 받을수록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는 논리를 앞세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