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고용 충격이 여성, 특히 아이를 둔 기혼 여성(엄마)에게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대면 서비스업이 큰 타격을 입은 데다, 학교나 유치원이 원격수업을 하면서 자녀 돌봄에 대한 부담이 실직으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외환위기 당시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기혼 남성(아빠)의 고용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코로나19 고용충격의 성별격차와 시사점’ 현안분석 보고서를 보면 고용 충격이 시작된 지난해 3월 기준 핵심 노동연령(25~54세)의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54만1,000명 감소해, 같은 달 남성 취업자 수 감소폭(32만7,000명)의 1.7배 수준이었다.
여성 중에서도 기혼 여성의 타격이 더 컸다. 기혼 여성의 지난해 3월 고용률은 1월과 비교해 6.18%포인트 하락했다. 고용 충격이 가장 심했던 4월에는 1월 대비 6.63%포인트 내려앉았는데, 기혼 남성(-2.43%포인트)의 2.5배가 넘는다.
이는 남성에게 고용 충격이 더 심하게 가해졌던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른 양상이다. 외환위기의 고용 충격이 가장 심했던 1998년 8월에는 기혼 남성의 고용률이 1월 대비 5.67%포인트 하락했고, 기혼 여성은 -2.78%로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덜했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과거의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19 위기에서는 여성 고용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는데, 기혼여성의 고용률 하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위기에서 기혼 여성의 고용 충격이 더 두드러진 것은 일자리 감소뿐 아니라 자녀 돌봄 부담 증가로 여성이 스스로 일을 포기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우선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타격이 큰 대면서비스업종의 고용 특성에 주목했다. 전체 여성 취업자 중 고용률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세 업종(교육서비스업, 숙박음식점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비중(38%)이 남성 취업자 중 비중(13%)보다 월등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여기다 감염병 확산이라는 특수성이 노동 공급 측면에서도 더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1학기 개학은 늦춰지고, 학기가 시작한 뒤에도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엄마’에게 주어진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실제 1월 대비 기혼 여성 고용률은 4월(-6.63%포인트)에 바닥을 친 뒤 8월(-2.92%포인트)까지 회복세를 보이다 2차 확산기인 9월(-3.91%포인트)들어 내려앉았다. 3차 확산기인 12월(-3.27%포인트)의 고용률도 11월(-2.07%포인트)에 비해 더 크게 하락했다.
특히 통상 초등학생 자녀를 둔 39~44세 여성 취업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바뀔 확률은 남성에 비해 2.80%포인트 더 높았다. 영유아 자녀를 둔 연령대(32~38세)의 격차는 2.00%포인트,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45세 이상은 1.00%포인트 차이였다.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돌봄도 여의치 않은 초등학생 어머니의 양육 부담이 더 커진 만큼, 고용시장에서의 이탈도 더 세진 셈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여성의 이른 경력단절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영구적 인적자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녀돌봄 부담 증가로 인한 여성 노동공급이 제한되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고 일시적 충격으로 실직한 경제주체들이 원활하게 재취업할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