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들이 파란 옷을 입기 시작했다. 군부가 구금한 시민들의 석방을 촉구하며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군부가 납치한 시민은 집계된 인원만 3,000명이 넘는다. 모진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거나 주검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22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시민들은 전날부터 '파란 옷 입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군부 독재에 저항한 최장기수이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더불어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결성한 윈틴의 기일이다. 1989년 수감돼 2008년 석방된 윈틴은 생전에 모든 정치범이 자유를 얻는 그날까지 푸른 수의를 입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4월 21일 사망했다.
시민들은 각자 파란 옷을 입고 찍은 인증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방식으로 운동에 동참했다. "정치범이 석방되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죄수다. 우리 모두가 여러분(수감자)과 함께한다", "우리가 수감자다"라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다. 손바닥에 석방을 바라는 사람의 이름을 적기도 했다. 반(反)군부 진영과 소수민족이 꾸린 국민통합정부 대변인도 "모든 정치범을 무조건 석방하고 유일한 합법 민간정부인 국민통합정부에 권력을 돌려줘야 한다"는 글과 함께 파란 옷을 입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에 따르면 현재 구금이 확인된 인원은 3,300명이 넘는다. 76명에게는 사형(20명) 등 형이 선고됐다. 수감자 중에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과 의사, 시위 지도자, 파업 공무원, 작가, 예술가, 언론인, 승려 등이 포함됐다. 시위 도중 부상을 당하고 잡혀가거나 체포 뒤 고문을 당하는데도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군부의 유혈 진압은 대량 살상무기 사용 등으로 더 악랄해지고 있다. 20일 중부 지역에선 군인들이 로켓포를 발사해 시민 6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로켓포와 수류탄 등 대량 살상무기 사용은 다른 지역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시위대가 사제 공기총 등으로 맞서고 있지만 화력에 밀려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날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미얀마의 '파탄국가(failed state)'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혈 사태가 지속되면 앞으로 6개월 내로 340만명 이상이 기아에 허덕이게 된다는 것이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전날 "소식통들에 따르면 군부 공격으로 미얀마 국민 약 25만 명이 난민 신세가 됐다"고 SNS에 올렸다. 미국 재무부는 같은 날 미얀마 군부의 돈줄인 미얀마 목재기업과 진주업체를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