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군부 탄압' 故 이소선 여사 등에 무죄 취지 재심 청구

입력
2021.04.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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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법 특별재심 근거 
민주화운동 형사처벌 받은 5명 대상
"재심 청구로 인권보장 책무 다할 것"

검찰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를 포함해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무렵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신군부에 의해 형사 처벌을 받은 5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서인선)는 22일 "신군부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해당한다"며 1980년 당시 계엄령을 위반한 혐의 등으로 처벌 받은 5명에 대해 당사자와 유가족 동의를 받아 검사 직권으로 관할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5·18 민주화운동을 전후해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헌법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여사는 1980년 12월 6일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사건이 재심 청구 대상이다. 이 여사는 그해 5월 4일 시국성토 농성에 참여해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에 대해 연설하고, 같은 달 9일 집회에서 노동3권 보장과 민정 이양 구호를 외쳤다. 이를 포고령 위반 행위로 간주한 계엄당국에 의해 이 여사는 지명수배 됐고 그해 10월 체포돼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김모씨와 양모씨는 숙명여대 재학 중이던 1980년 6월 11일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만들었다가 각각 선고유예와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재심이 청구됐다. 김씨는 이미 고인이 됐고 양씨는 생존해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의 경우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기록만 있을 뿐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재심 청구에 애를 먹었다. 전산상 주민등록번호가 조회되지 않았고 대학 학적부도 찾지 못했다. 결국 주민센터에서 수기 장부를 어렵사리 찾은 덕에 유족과 연락이 닿아 재심 청구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씨 유족은 검찰에 김씨와 양씨의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생존자 2명도 이번 재심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 이모씨는 1980년 6월 27일 '학생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유인물을 검열 없이 제작한 혐의로 장기 8월·단기 6월을 선고받았고, 조씨는 같은 해 5월 1일 정부를 비방하는 시위를 했다는 혐의로 선고유예를 받았다. 당시 두 사람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검찰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특별재심 조항에 근거해 재심을 청구했다. 특별법에서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행위 또는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행위를 저지하거나 반대한 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재심 청구는 당사자 외에도 검사, 법정 대리인, 유족 등이 할 수 있다.

검찰은 관련법에 따라 '긴급조치 9호' 위반과 1972년 계엄법 위반, 5·18 민주화운동 등 과거사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재심을 청구해왔다. 이번 재심 청구 관할 법원은 서울북부지법(조씨 제외 4명)과 서울고법(조씨)으로, 해당 법원이 청구를 받아들이면 그곳에서 재심이 진행된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에도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등 인권 보장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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