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오세훈 프리미엄’에 최근 강남권 아파트 매매가가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자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4곳을 추가 지정했다. 오 시장이 취임 후 처음 내놓은 부동산 규제 조치로, 과열된 시장은 규제해나가겠다는 신호를 발신한 것이다. 주택공급과 투기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오 시장의 ‘투 트랙’ 정책이 본격화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주요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역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압구정 아파트지구(24개 단지)와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단지(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사업지구, 성수 전략정비구역이 대상이다. 압구정 현대·한양아파트, 여의도 장미·수정·진주 아파트, 목동 1~14단지 아파트가 포함된다.
해당 사업지 규모는 여의도 면적(2.9㎢)의 1.6배인 4.57㎢다. 이달 27일부터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가 제한된다. 이에 따라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난해 6월 지정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까지 더해 총 50.27㎢로 늘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상가‧토지 거래시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준 면적(주거지역 18㎡‧상업지역 20㎡)도 법령상 기준면적의 10%로 대폭 강화했다. 사실상 모든 매매 거래를 허가받도록 한 것이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계약을 체결한 경우 계약은 무효가 된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재건축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듯 서울시는 이번 결정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주택공급 속도전에 반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설명회에 나선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투기 수요 차단책은 주택 공급의 필수 전제”라며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주택공급을 해나가겠다는 방침에 따라 투기 수요를 차단해 집값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공급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 국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 인근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 투기 수요가 유입될 경우 해당 구역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긴 힘들다. 앞서 이날 오전 그는 국토교통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도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