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조카를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외삼촌 부부가 늑골 골절과 엉덩이 궤양으로 피해아동이 고통스러워 하는 상황에서도 학대를 수개월간 지속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호성호) 심리로 21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은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9)씨와 그의 아내 B(30)씨의 공소사실을 공개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 부부는 남편과 사별한 A씨 동생의 딸 C(사망 당시 6세)양을 지난해 4월 말부터 맡아 키우다가 같은해 6월부터 학대하기 시작했다. B씨는 조카 C양이 편식을 하고 수시로 토한다는 이유로 효자손 등으로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몸 부위를 때렸다. A씨도 버릇을 고치겠다며 플라스틱 자 등으로 엉덩이를 때렸다.
학대 강도는 점점 세졌다. A씨 부부는 C양을 훈육한다며 발로 차거나 밟아 왼쪽 늑골 9개와 오른쪽 늑골 7개 등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렸다. 엉덩이를 때려 난 상처를 방치해 곪아 진물이 나는 상황에서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방임했다.
검찰은 "C양이 늑골 골절과 엉덩이 궤양 등으로 앉지도 못하는 상태였는데도 방임했다"며 "지난해 8월 10~20일 사이 불상의 도구로 C양의 전신을 마구 때리고 방치해 같은 달 22일 머리 부위의 급성 경막하 출혈로 사망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날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A씨 부부는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 부부의 변호인은 "공소사실과 관련한 기록 열람을 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을 전체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나 자세한 의견은 다음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지난해 8월 인천 중구 한 아파트에서 조카 C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 아내는 지난해 8월 22일 오후 4시 11분쯤 "아이(B양)가 구토한 뒤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했다. B양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B양의 얼굴과 팔, 가슴 등에선 멍자국이 발견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B양이 사망한 다음날인 지난해 8월 23일 오전 4시쯤 A씨를 조사하던 중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긴급 체포했다. A씨는 당시 경찰에서 "조카를 때리지 않았고 멍 자국이 생긴 이유를 모르겠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의 아내도 경찰에서 "조카가 평소에도 구토를 자주했고 가구 등에도 잘 부딪혔다"며 "멍 자국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당시 B양 사인이 규명되지 않아 A씨를 석방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6개월간 보강수사를 벌여 "B양이 외력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이들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이들이 조카 B(사망 당시 6세)양의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거나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고 죄명을 변경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B양은 지난해 4월 28일 외할아버지에 의해 외삼촌 부부에게 맡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B양의 친모와 외할아버지는 경찰에서 "사촌들과 함께 있으면 사회성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아이가 통화할 때마다 밝은 모습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