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살해 혐의로 기소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에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내리자 미국 정계는 물론 해외 곳곳에서도 “정의가 이뤄졌다”는 환영 메시지가 잇따랐다. 쇼빈 개인에 대한 단죄를 뛰어 넘어 미국 사법시스템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종차별은 미국 영혼의 얼룩”이라며 “이번 평결은 정의를 위한 위대한 한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미국의 이상과 달리 인종차별은 오랫동안 우리를 분열시킨 가혹한 현실”이라면서 “(쇼빈에 대한 유죄 평결로) 우리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라. 중대한 변화의 순간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도 쇼빈 유죄 평결에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인종차별은) 모든 미국민의 문제”라며 “흑인 미국인, 특히 흑인 남성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 낮은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평결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정의를 현실로 만드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 졌다. 우리는 플로이드의 유산을 존중해야 하며 상원은 ‘플로이드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플로이드법은 지난달 하원을 통과해 상원에 계류 중이다.
전·현직 정계 거물들도 앞다퉈 유죄 평결을 반기는 성명을 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배심원단이 옳은 결정을 했다. 우리는 플로이드에게 인정되지 않았던 정의가 모든 미국민에게 보장되도록 많은 이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진정한 정의는 하나의 평결 이상이어야 한다”며 “형법 시스템에서 인종적 편견을 없애는 개혁을 끝까지 이뤄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플로이드의 가족은 그를 살해한 자가 책임을 지는 것을 볼 자격이 있다”면서 “언제나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고 말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과 팀 스콧 상원의원(공화)은 사법시스템 개혁을 위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플로이드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고 유죄 평결을 환영한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위로를 보낸다”고 밝혔다.
한편 미네소타주(州)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피의자인 쇼빈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2급 살인, 2급 우발적 살인, 3급 살인 등으로 기소된 쇼빈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지난해 5월 25일 사건이 일어난 지 11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