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편 아니었어?'... 대정부질문서 정부 때린 민주당

입력
2021.04.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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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아들 군 생활 특혜 의혹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역사 반동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해 9월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는 코로나19 손실 보상 의무가 없다' 같은 민생을 전혀 모르는 소리를 (정부가) 안 했으면 좋겠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 19일 국회 대정부질문

국회 대정부질문에 임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자세가 달라졌다. 민주당은 야당의 정부 공세에 철벽을 치는 '호위 무사'를 자처해 왔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열린 19, 20일 대정부질문에선 정부와 각을 세웠다. '당정청 원팀'의 단결이 이전 같지 않았다. '정권 성과 내기'라는 현재의 과업에 집중하는 청와대와 정권 재창출이라는 미래의 과제에 눈 돌리는 민주당의 결별이 시작된 징후일 수 있다.

야당 대신 정부 향해 회초리 든 민주당

민주당 의원들은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손실보상제를 비롯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책,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 등을 놓고 '회초리'를 들었다.

특히 민생 과제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자세를 집중 질타했다. 민병덕 의원은 19일 코로나19 손실보상 소급 적용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자세를 비판하며 "민생을 전혀 모르는 소리를 안 하셨으면 좋겠다. 국민 입장에선 속이 상한다"고 꼬집었다. 양향자 의원은 20일 반도체 산업 지원과 관련해 "전쟁터에 나간 우리 기업은 리더십 없이 싸우고 있다. (정부) 리더십이 총체적 난국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에도 제동을 걸었다.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과 보유세 강화 방침을 두고 정부를 두둔하는 대신 세금 인상에 분노한 이들을 대변했다. "공시가격을 올리는 것은 증세 목적이 아니다"라는 19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의 발언에 문진석 의원은 "국민들은 증세로 받아들인다"고 반박했다. 이용우 의원은 20일 "모든 사람이 자기 집값이 오르길 원한다. 그 욕망 자체를 선악의 구도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에 회초리 든 민주당, 왜?

민주당은 그간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를 견제하는 야당을 견제하는 데 열심이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이 난타당한 지난해 9월 대정부질문이 대표적 장면이다. 김종민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선 국무위원과 일문일답을 나눠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을 어기고 발언 시간 내내 추 전 장관을 옹호하는 일방적 연설을 했다. 정청래 의원도 국민의힘의 추 전 장관 공세를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역사 반동"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런 민주당이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 역할을 급작스레 되새기고 태도를 바꿨다고 보긴 어렵다. 청와대와 차별화를 본격화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재·보선 패배로 부동산 등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진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과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라 '원팀'에서 탈출하는 것이 민주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대정부질문을 보면 민주당 역시 재·보선을 통해 '부동산 분노 민심'이 확인됐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다음 달 당 대표 경선을 거치며 청와대와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이에스더 인턴기자
최서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