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관련 자료 삭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공판 준비 절차에 모두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료 삭제와 관련한 산업부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검찰은 '제 식구 감싸기'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 반면, 재판부는 "모든 내용을 취합하겠다"며 채택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 박헌행)는 20일 316호 법정에서 산업부 국장금 A(53)씨 등 3명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 사건 2차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공판 준비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지만, A씨 등 3명은 모두 법정에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피고인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삭제 문건의 성격과 완성본 여부 등에 대해 산업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호인들은 "삭제 자료를 공용전자기록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제하며 "전자결재를 거친 문서가 아니고 수시로 삭제 가능한 중간 단계 버전인 데다 인수인계를 끝내 남은 자료를 삭제했다는 이유로 죄를 묻는다면 대한민국 공무원 모두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무혐의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산업부의 객관적 입장을 확안하기 위해 재판부에 관련 사실조회 신청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에 대한 이번 수사 성격상 자칫 피고인에게 우호적일 수 있는 (산업부의) 의견이 제시될 수도 있다. 특정 공무원의 주관적 의견이 표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재판부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산업부 의견을 듣는 것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부장판사는 "검찰 의견도 이해되나, 결국 재판부에서 모든 내용을 취합한 뒤 객관적 판단에 따라 살피면 될 사안"이라며 "변호인 측의 사실조회 신청 쳐부는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 측은 앞으로 산업부 공무원이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가는 경우 방실침입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따질 방침이다. 또 감사원이 당시 감사 대상도 아닌 산업부 공무원의 삭제 자료를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해 규정 위반 근거로 제시한 것에 문제가 없는지도 꼼꼼히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