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으로 숨겨둔 재산도 압류"… 국세 이어 지방세 체납자도 추적 개시

입력
2021.04.20 16:05
17개 시·도, 체납지방세 징수 가상자산 압류 착수
국세 이어 지방세도 가상자산을 세원 확보 수단 활용
해외 거래소로 자산 빼돌리면 압류 어려워

전국 17개 시·도가 지방세 체납자가 보유한 가상자산을 압류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최근 국세청이 국세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압류한 데 이어, 지방정부까지 가상자산을 세수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17개 시·도는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지방세 고액 체납자(개인+법인) 명단을 토대로 이들이 지닌 가상자산을 압류해 체납 세금으로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최근 세웠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일 기준 1,000만 원 넘는 지방세를 1년 이상 내지 않아 공개된 고액 체납자 수는 9,668명, 총 체납액은 4,243억 원이다.

일부 시·도는 이미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 지방세 체납자 명단 확인을 위한 공문을 보냈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지방세 체납자가 실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전방위적으로 지방세 체납자의 보유 가상자산을 압류하는 건 처음이다. 17개 시·도는 지난달 25일부터 가상자산 거래소도 기존 금융회사처럼 고객 본인확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가상자산 압류에 나섰다. 또 비트코인의 재산 가치를 인정하고 몰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2018년 대법원 판결도 이번 압류 조치의 근거가 됐다.

지방세에 앞서 국세 고액 체납자의 보유 가상자산 압류는 지난달 마무리됐다. 국세청은 지난달 15일 고액 체납자가 갖고 있는 366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징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가상자산 압류 역시 사상 처음이었다. 그동안 국세청과 지자체가 압류 대상으로 삼은 고액 체납자 물품은 주로 명품 가방·시계, 귀금속, 골프채, 양주 등이었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압류 방침이 용두사미에 그칠 우려도 나온다. 지방세 체납자가 가상자산을 해외 거래소로 빼돌릴 경우 압류하기 어렵고 체납자와 가상자산 거래 회원 간 명단 대조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광역 지자체 관계자는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체납자 명단의 가상자산 보유 현황 자료를 6월에나 줄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보유 자산이 해외로 이동하면 압류할 방법이 없다"며 "전화번호, 인적사항, 생년월일 등 가상자산 거래 회원과 지방세 체납자 간 개인정보가 일치하지 않아 가상자산을 압류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