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면제·대출 확대...'집 부자=투기꾼' 프레임서 서서히 발빼는 민주당

입력
2021.04.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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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값이 오르면 세금을 더 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고가 주택 소유자까지 배려해주긴 어렵다.”

얼마 전만해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던 이런 목소리가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싹 들어갔다. 불리한 판세를 만회하고자 선거 직전 약속한 무주택자 금융규제 완화는 물론, 중고(中高)가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법 개정까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 전환 측면으로 볼수도 있지만, 국민의 주거 문제를 두고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욱 정청래 등 보유세 인하 법안 시동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20일 보유세 인하 방안을 담은 종합부동산세·지방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최근 공시가격 상승으로 재산세 부담이 커지고, 종합부동산세 적용 가구가 증가했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부세 공제 기준을 공시지가 합산 6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올리고, 1가구 1주택 보유자는 종부세 부과기준을 9억 원 초과에서 12억 원 초과로 상향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1가구 1주택자와 노인, 장기보유자에게는 공제 상한을 높여주는 내용도 담겼다. 재산세는 과세 구간을 세분화해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은 기존보다 재산세 부담을 덜 수 있게 했다.

김 의원은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심에 호된 질책을 받았다. 왜 가만히 있다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는 민심이 있었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연적인 세 증가 부분을 정치권에서 경감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법안에는 김 의원 외에 민주당 의원 1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최근 △1가구 2주택자의 보유주택 공시가격이 12억 원 이하인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불가피한 2주택 보유 가구에는 종부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입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같은 당 이광재 의원도 종부세 부과 대상을 당초 도입 취지처럼 상위 1%로 환원하자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폈고, 내달 2일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무주택자를 위한 부동산 핀셋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민주당은 전날 출범한 당내 부동산 특별위원회에서 김병욱 의원 법안 등을 모두 논의할 예정이다. 보유세 인하는 연초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부에서 듣기 힘든 주장이었다. 하지만 선거를 전후해 이에 대한 법안까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LTV·DSR 등 대출 확대도 적극 검토


당정은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협의를 열고 무주택 세대주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 직후 김병욱 의원은 “지금 LTV 우대 비율이 10%포인트로 적용돼 있는데 대상을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협의 결과를 전했다. 현재 LTV는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의 40%, 조정대상지역은 50%이지만 무주택 세대주에게는 각 10%포인트씩 우대해준다. LTV 비율 자체를 상향하기보다는 우대폭을 더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아울러 당정은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DSR를 완화해 대출을 확대해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이성택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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