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자랜드 조나단 모트리는 정규시즌에서 15경기(평균 22분 12초)를 뛰며 평균 18.1득점(7.7리바운드, 3.0어시스트)으로 외국인선수로는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그러나 고양 오리온과 10일부터 벌인 6강 플레이오프에선 위기 때마다 팀을 이끌며 27분41초 동안, 25득점(14.3리바운드, 3.5어시스트)을 했다. 모트리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활약한 팀 공헌도는 162.48로, 팀 내 주요 선수(김낙현 109.22, 전현우 75.55, 차바위 70.34)를 압도했다. 전자랜드는 모트리에게 기대 결승을 바라봐야 할 처지다.
21일 개막하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를 보유한 팀간 맞대결이 이뤄져, 오히려 국내 선수들 활약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KBL에 따르면 21일 정규리그 1위 팀 전주 KCC와 전자랜드가, 22일 2위 팀 울산 현대모비스와 KGC인삼공사가 각각 4강 플레이오프(5판 3선승제)에 들어간다. 선두에 도전하는 팀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독보적인 활약으로 4강행을 확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KGC인삼공사의 경우 제러드 설린저가 6강전에서 팀 공헌도 125.15로, 전성현(62.51), 문성곤(61.54), 이재도(48.25) 등 팀 내 주요 선수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그 만큼 설린저에게 의존한 경기를 펼쳤다는 의미다. 설린저는 6강전 3경기 모두 전반에는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궂은 일을 맡으며 기회를 엿보다가, 팀 득점원이 막히거나 점수차가 벌어질 때쯤 공격을 집중하며 평균 28득점을 올려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설린저는 “4강전도 평소처럼 상대를 겨냥한 준비를 잘 해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며 활약을 예고했다.
기대처럼 4강전에서도 이들 화력포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KCC와 현대모비스에도 국내 최고 외국인 선수가 있어서다. 실제 전자랜드 모트리는 6일 KCC를 정규리그에서 처음 상대하며 8득점으로 부진했다. 골 밑을 라건아에게 내주며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해 팀도 25점차로 크게 졌다. 라건아는 이날 경기서 팀내 최다 득점(18점, 7리바운드, 1블록)을 했다.
KCC는 라건아에게 의존하는 팀도 아니다. 정규리그 KCC 내 공헌도는 송교창(1386.83), 라건아(1383), 이정현(974.06), 정창영(971.63) 순으로, 국내 선수 비중이 컸다.
KGC인삼공사가 상대하는 현대모비스에는 득점ㆍ리바운드 1위 숀 롱(공헌도 1787.14)이 있다. 설린저 역시 정규리그에서 한 번 만난 2일 현대모비스전에서는 평균 활약(26.3득점)에 못 미친 22득점만 올려 팀에 패배를 안겼다. 현대모비스도 숀 롱에게 의존하는 팀이지만, 상대적으로 함지훈(980.85), 장재석(944.21), 서명진(936.75) 등 특유의 조직력으로 무장한 국내 선수 활약도 크다.
김도수 SPOTV 해설위원은 “도전자 팀들은 6강에서 만난 외국인 선수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고전할 수 있다”며 “전자랜드는 수비력이 뛰어난 KCC에게 김낙현 등이 막히면 시리즈가 단기전에 끝날 수도 있고, KGC인삼공사도 전성현, 문성곤, 이재도 등이 묶이면 어려울 수 있어 외인 선수 의존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