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9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해 "우리가 볼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적합한 절차에 따라서 (방류) 된다면 굳이 반대할 게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반대 입장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반대라기보다는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3가지를 일본 정부에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고 답하면서다.
정 장관이 'IAEA의 적합한 절차'의 전제로서 제시한 3가지는 ①(오염수 방류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 제시 ②우리 정부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 ③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연구소 참여다. 이 같은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면 "일본의 결정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 측 결정이 발표된 지난 13일 강한 유감을 표하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하면 정 장관의 답변에서는 온도 차가 느껴진다.
여기에는 정부 대응이 무조건적 반대보다는 '검증 강화'와 '방류 정보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국민 안전을 담보할 현실적 방안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IAEA 검증 절차를 거쳐 진행될 방류를 저지할 방안이 마땅하지 않고,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제소는 피해 입증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어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 정 장관도 "일본의 조치가 미진하면 국제분쟁 해결 절차에 회부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사법적 대응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제사회의 부정적 여론을 결집해 일본을 압박한다지만 미국의 동참 없이는 쉽지 않다. 미국은 일본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다 오염수 방류 문제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정 장관은 "미국이 일본 방류 결정을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IAEA의 적합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우리와 같다"면서도 "(미국 입장은) 우리 정부 판단과 상이한 부분이 많아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했다. 5월 하순쯤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한 의제가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