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임명 공방보다 옥상옥 우려 차단이 시급

입력
2021.04.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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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방역기획관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에서는 백신 확보가 급하지 않다는 기 교수의 과거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친정부 성향으로 방역에 혼란과 방해를 줄 수 있어 임명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아도 방역 관련 조직이 다양한데 옥상옥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 방역은 실행 주체라고 할 질병관리청 외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 범정부 조직이 여럿이다.

기 기획관의 발언 등을 문제 삼는 야당의 비판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코로나 확산 이후 1년도 더 지난 지금 기존의 방역 조직을 그대로 둔 채 청와대에 별도 담당을 신설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건 사실이다. 청와대는 기존의 사회정책비서관 업무에서 구분해 방역 정책 및 방역 조치를 예방의학 전문가에서 맡긴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무슨 문제를 보완하고 개선하기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지방자치단체까지 포함한 범정부 차원의 방역 대응을 최종 결정하는 컨트롤타워인 중대본 회의에 방역기획관이 참석하지 않는다는 중대본 설명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방역 대응을 주도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방역 정책 결정 과정을 직접 보지도 않고 얼마나 효과적인 지원이나 정책 조율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방역 대응의 혼선을 조율해 갈등을 막는다는 원론적인 측면에서 방역기획관의 필요성이 없지 않다. 최근 방역 과정에서는 백신 여권 등을 둘러싸고 중대본과 방대본의 견해 차이가 있었다. 큰 혼선은 아니지만 사전에 원활한 조율로 피했더라면 좋았을 불협화음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엇박자 내는 사례도 늘고 있어 이런 부분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이점을 살리려면 청와대가 방역을 주도하려 한다는 의구심이나 옥상옥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방역기획관의 역할이 무엇인지 청와대가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