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3개월 만에 각자 다른 미국 가정에 입양됐던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서른여섯 번째 생일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미 ABC뉴스는 17일(현지시간)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 왔던 한국계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만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두 사람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받게 된 DNA 검사로 쌍둥이 자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주인공은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에 사는 에밀리 부시넬과 플로리다주에 사는 몰리 시너트다. 두 사람은 생후 3개월에 각자 다른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이들은 미국으로 건너오게 된 사연도, 쌍둥이 자매의 존재도 모른 채 지내 왔다.
그러다 올해 초 부시넬의 열한 살 딸 이사벨이 "엄마에게 가족이 더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조른 게 계기가 됐다. 부시넬은 DNA 검사가 편하게 느껴지지 않아 이사벨이 대신 DNA 검사를 받게 했다.
때마침 가족력을 확인하고자 DNA 검사를 받았던 시너트는 DNA 결과 통보서에 이사벨이 혈연관계로 등재된 게 의아했다. 그는 "이 사람(이사벨)이 나와 49.96% DNA가 일치해 내 딸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나와 있었다"며 "낳지도 않은 아이가 있다고 하니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사벨이 '엄마가 1985년 3월 29일 태어났다'고 시너트에게 알리면서 쌍둥이 자매는 연락이 닿았다. 두 사람은 문자와 사진을 주고받으며 꼭 닮은 서로의 삶에 놀랐다고 한다. 부시넬은 "고등학교 졸업파티(prom) 때 드레스와 머리 모양이 정확히 똑같았다"며 "아마도 훗날 발견하게 될 '쌍둥이의 순간' 중 하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넬은 "날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만 항상 뭔가 단절된 느낌이 있었는데 일란성 쌍둥이 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모든 게 명확해졌다"며 "가슴 한구석 빈 곳이 즉시 채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라며 "쌍둥이와 함께할 수 있었던 36년을 도둑맞았지만 동시에 앞으로의 일들에 흥분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자매가 어떻게 헤어져 미국 가정에 제각각 입양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쌍둥이는 조만간 함께 한국을 찾을 계획이라고 방송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