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 백신 부작용 때문에 화이자·모더나 백신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3차 접종' 카드를 꺼내들었다. 백신 효능이 얼마나 갈지 모르니 1, 2차에 이어 3차 접종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다. 백신이 풍부한 미국이야 가능하지만, 이렇게 되면 백신이 부족한 한국 같은 나라들은 백신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구해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부의 데이비드 케슬러 코로나19 대응 수석과학자는 하원 코로나19 위기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백신 2차 접종 후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어 관련 계획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도 “12개월 내로 3차 백신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3차 접종이란 1, 2차 접종 이후에도 시간이 오래되면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니 효능을 유지시킬 수 있는 '부스터 샷(booster shot)'을 놓겠다는 것이다. 전체 국민 중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비율이 20%를 넘어선 미국이니까 할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백신이 부족한 다른 나라들로서는 마냥 흘려들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6일 기준 화이자 백신 2회분까지 접종이 완료된 사람은 겨우 6만571명으로 인구 대비 접종 완료율은 0.1% 수준이다. AZ백신 포함, 1회 백신 접종자는 모두 137만9,653명이다. 2분기 도입이 예정된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 등 다른 백신들은 초도 물량과 도입 시기조차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백신 수급전에 대통령부터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현지시간) 방미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화이자 CEO 앨버트 불라에게 직접 백신 추가 제공을 요청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일본도 2회분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 비율이 0.5%에 그치고 있다. 곧 방미 길에 오를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글로벌 백신전쟁 상황인데 문 대통령 방미는 5월 말이라 시기적으로 늦다"며 “화이자 같은 개별 제약회사를 만날 게 아니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백신 접종에 쓰이는 최소잔량주사기(LDS 주사기) 가운데 일부 제품에 눈금 오류가 있거나 이물질이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돼 방역당국이 부랴부랴 회수 조치에 나섰다. 마상혁 한국백신학회 부회장은 “눈금 오류로 인한 백신 접종량 차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이물질 문제는 항체 형성에 장애가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