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백신 물량 틀어쥔 미국이 문제...국내 우회 생산해야"

입력
2021.04.16 13:00
감염병전문가 이재갑 교수 "백신 수급 상황 우려"
"해외 제약사의 위탁받아 생산 기반 마련 필요" 
"경기도 백신? 허가에서 도입까지 상당한 시일"

감염병 전문가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가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해 "미국에서 물량을 단 한 명 것도 내놓지 않고 있어 상황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미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AZ) 비축 분만 캐나다, 멕시코 준 것 빼고는 자기네 접종이 어느 정도 끝날 때까지 절대 (미국 밖으로) 안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얀센, 노바백스, 모더나, 화이자 등이 모두 미국이 주 생산국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6월까지 전 국민 대상으로 웬만한 사람들 접종을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그 이후에나 풀릴 가능성이 높고 (우리나라는) 이것저것 긁어 모아야 한다"며 "상황 추이를 보면서 우리나라도 어떤 방침으로 도입할지 고민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부분을 타계하려면 국내에서의 생산 기반을 만드는 방법으로 우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이전) 허락을 받아야 하니 기술 이전의 정도 수준 등도 논의해야 하는데 만약 기술 이전이 결정되더라도 만들려면 7, 8월 정도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스푸트니크V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게 국내 회사들이 거의 6억 명분 정도를 국내에서 생산을 시작하거나 준비 중"이라며 "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도입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 제약회사 다섯 군데가 컨소시엄을 만들어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가만 받으면 우리가 계약했을 때 공급이 용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백신 수급 상황에 맞춰서 백신 접종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진행자 질문에 "20대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안 하기로 결정됐으니 그 연령대는 어떤 백신으로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너무 크게 방향을 틀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으니 잘 계산해서 일부 접종자 중 수용도가 떨어지는 대상들의 접종을 바꾸는 방법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독자 백신? 하는 건 자유지만 거의 불가능"

한편 이 교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기도 차원에서 백신을 도입해 독자 접종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경기도 차원에서 제약회사와 협의해 받을 수 있다면 가능은 하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이어 "식약처(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백신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경기도가 어떤 백신을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의 일부가 경기도 내에서 생산되는데 그것을 얘기하는 게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스푸트니크 백신도 유럽에서 5월까지 검증하겠다고 하니 그 결과를 우리가 넘겨받아 다시 한번 판단해야 된다"며 "허가에 이어 실제 도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차피 예산 가지고 직접 제약회사랑 (계약 등을) 하는 것은 자유"라며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더나, 화이자 백신은 정부가 나서도 안 되는 상황이기에 '경기도 자체적으로 백신 도입 및 접종'은 검토 단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