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띄운 '자가검사키트' 펄쩍 뛸 일만은...

입력
2021.04.17 16:00
취임하자마자 꺼낸 '자가검사키트' 뜨거운 감자
코로나 확산에 필요성도 나오지만 부정 여론 확산
"간편·접근성 장점" vs "낮은 정확도 혼란만 키워"
방역당국, 일단 선 그었지만 도입 관련 논의하기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과 동시에 '자가검사키트'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오 시장이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 도입의 핵심으로 자가검사키트를 들고 나오면섭니다. 자가검사키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확진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 각종 업소와 학교 등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논란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오 시장을 포함해 도입하자는 쪽은 자가검사키트로 지역사회의 숨은 감염원을 조금이라도 일찍 찾아내고, 주기적으로 검사가 필요한 집단시설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반면 정확도가 낮아 '가짜 음성' 판정이 나올 수 있어 방역 체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고개를 갸웃하는 쪽도 있죠.

방역당국도 이런 이유로 꾸준히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습니다.

'자가검사키트'가 뭐길래

자가검사키트는 신속하게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검사법입니다. 임신테스트기처럼 개인이 검사해 15분 안팎으로 결과를 알 수 있는 신속함이 최대 장점이죠.

대부분의 자가검사키트는 항원·항체 검사를 바탕으로, 검체 안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구성 성분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항원 검사법은 검사자에게 바이러스, 즉 항원이 있는지 보고, 항체 검사법은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해 면역 체계가 만드는 물질 즉 항체가 있는지 검사합니다. 유전자를 검출하는 분자진단법인 유전자증폭검사(PCR) 방식과 비교하면 검사 방식이 간단하고 속도가 빠릅니다.

문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검체를 채취하기 때문에 더 떨어질 수밖에 없죠. PCR 검사법의 정확도는 95% 이상인 데 반해 항원검사법의 정확도는 50~7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가 떨어지는데다 PCR 검사만으로 충분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지금도 응급실 등 제한적 환경에서 사용하도록 허가받은 전문가용 제품을 보조적으로 사용할 뿐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은 없습니다.

해외는 우리와 상황이 다릅니다. 유병률이 높고 검사 확대가 필요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국가 사업이나 무료 보급, 구매용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죠.

영국은 학교, 보육시설 근무자, 학생, 학생 동거자, 재택근무 불가능 국민에게 일주일에 2회분의 자가검사키트를 나눠줍니다. 체코는 10인 이상 근무하는 기업이나 관공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하도록 의무화했고요. 오스트리아는 15세 이상 조건을 갖춘 국민에게 다달이 1인당 5개씩 보급을 하고 있어요.

미국, 독일에서는 일반 슈퍼마켓, 마트에서도 판매될 정도로 문턱을 낮췄습니다.

다만 이들 국가 대부분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완전 봉쇄에 해당하는 '락다운(lock down)' 규제를 이어가고 있고, 신규 확진자도 한국과 비교해 훨씬 많습니다.

단순 비교에 어려움이 있는 이유죠. 환자가 많아 검사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경우 정확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결과를 확인할 시간을 줄여 환자를 조금이라도 빨리 걸러내고 보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죠.

오 시장 "간편성, 접근성 높아...돌파구 될 것"

하지만 우리나라도 4차 유행 조짐이 보이자 자발적 검사에 관심이 커지는 분위깁니다.

오 시장이 촉발자가 된 셈이죠. 오 시장 취임 직후 서울시는 자가검사키트를 각 시설에서 사용해 음성이 나오면 입장하고, 양성이 나올 경우 보건소 등을 통해 PCR 검사를 받는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고 관심을 끌었습니다.

간단한 절차로 숨은 확진자를 미리 발견해 지역사회 전파를 막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타격도 최대한 줄이겠다는 주장은 코로나19 피로도로 지친 시민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죠.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제품을 승인할 때 민감도 80% 이상, 특이도 97% 이상일 때만 승인한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WHO 최소 승인 기준을 넘어야 승인을 하는데 이미 미국에서는 다양한 제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고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정확성 논란에 대해서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위험도 없고, 의료인이 할 필요도 없고, 비용도 저렴하다"며 "무증상 감염을 비롯해 확진자를 조기에 빠르게 잡아낼 수 있고 확진자는 무조건 걸러내는 게 낫다"고 일축했어요.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 역시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보육시설·산업단지·학생 기숙사는 주기적 검사가 필요한데 의료진이 내부에 없으니까 검사를 열심히 안 하게 되고, 유행이 크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가검사키트의 민감도가 떨어지지만 반복하면 민감도를 올릴 수 있다"라며 "주기적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 써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역시 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가검사키트 활용과 관련해 "기존 PCR 검사를 대체하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보완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증상이 있을 때는 PCR 검사를 받는 것이 원칙이지만 평소 생활하면서 스스로 모니터링하는 방법 중 하나로 도입을 검토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칫 방역관리 무너질라" 회의론 부각

반면 잘못된 검사 결과에 따른 혼란과 비용 등 부작용을 경고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가짜 양성 반응을 나타낸 사람을 격리하고 확진 검사를 해야 되는데 그게 밤 시간일 수 있다"며 "방역대응 인력이 쉬는 시간에 다시 일을 해야 되는 문제가 생기는데 확률적으로 하룻밤에 10만 명을 검사하면 1,000명씩 (가짜 양성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속항원검사키트 민감도를 50%로 가정해도, 국내 유병율 0.2% 상황에서 10만 명을 검사하면 환자 200명 중 100명을 진단하고 나머지 100명은 위음성으로 놓친다"며 "위음성, 위양성 케이스를 어떻게 할지 대책이 없으면 혼란만 키운다"고 강조했어요.

실제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이 올 1월 입원 예정 환자를 대상으로 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의 코로나19 진단 능력을 비교한 결과 PCR 검사와 비교해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17.5%, 특이도는 100%로 나타났습니다.

민감도는 검사자 중 양성을 얼마나 잘 찾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고, 특이도는 음성 환자를 음성으로 잘 판정하는지를 측정하는 비율입니다. 특이도가 100%면 코로나19가 아닌 사람을 잘못 지목할 확률은 없지만 17%로 민감도가 낮은 게 문제예요. 10명 환자 중 8명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는 의미죠.

민감도가 떨어지는 자가검사키트를 섣불리 도입해 시설 이용 제한을 완화하면 최악의 경우 코로나19 양성인 사람들이 음성으로 착각해 급속하게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1년 4개월 동안 잘 지켜 온 방역 체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어요.

곳곳에서 우려가 나오자 오 시장도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당초 유흥시설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완화 카드로 자가검사키트를 꺼내들었다가 '역효과' 지적이 쏟아지자 다중이용시설 대신 학교나 종교시설로 대상을 수정했죠.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엄 교수는 "키트 자체는 아무리 싸게 공급한다고 해도 1만 원 전후 가격이 책정될 것인데 매일 10만 명씩 한다면 10억 원씩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이것을 시가 감당할 것인지 아니면 개인이 감당할 것인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장 시험 사업의 대상이 된 일선 학교에서도 반대 기류가 역력합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14일 성명서를 내고 "자가검사키트의 학교 적용에 반대한다"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역시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가 낮고 위음성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노조는 "음성 결과를 믿었다가 학교 내 전파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일상적으로 학교와 집, 지역사회를 오가는 학생은 매일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비용 대비 실효성이 낮고 학생에게도 큰 스트레스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보건교사들의 반응도 비슷합니다. 같은 날 보건교사 단체도 "지금까지 확립된 학교 방역의 틀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죠

현재 등교 전 자가진단 앱을 통해 조금이라도 감염 위험이 있을 경우 등교를 차단하고 검사를 실시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굳이 검사 정확도가 떨어지는 검사키트를 도입하면 혼란만 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당국, 일단은 선 긋기 했지만...

당국은 자가검사키트의 전면 활용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는 분명히 편리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현재 환자 발생 상황이 엄중하고 의료인의 헌신과 여러 관계자들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자가검사키트의 활용을 전제로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어요.

다만 지난해까지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최근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하는 등 달라진 기류가 엿보입니다.

식약처는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을 통해 "임상 검체의 확보를 지원하고, 허가 신청 이전부터 전담심사자가 검토와 자문을 맡게 하는 등 통상 8개월이 걸리는 개발 기간을 2개월 이내로 단축하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자가검사키트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역시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어쨌든 검사가 일정 수준 이상 정확도가 담보가 되는 그런 (자가검사키트) 제품들이 도입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도입에 대한, 활용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죠.

자가검사키트의 편의성은 인정하면서도 정확성 확보를 강조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입니다.

지금으로선 방역당국이 오 시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거리두기 완화 등에 자가검사키트를 전격 활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검사키트가 나오고, 지금 논란의 핵심인 정확도가 좋아져 식약처의 허가를 받는 다음엔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도 있겠죠.

자가검사키트가 오 시장의 치트키(게임에서 제작자들만 알고 있는 비밀키)가 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일입니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