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국적제약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국내에서 대량으로 위탁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백신 공급을 둘러싼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조급증이 불러온 웃지 못할 소동이란 지적이 나온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 기자단 백브리핑에서 갑작스럽게 "국내 제약사가 해외에서 승인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해 계약 체결이 진행 중이며, 8월부터 국내에서 백신이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후속 질문이 쏟아졌지만, 백 팀장은 "기업간 계약이라 밝히기 어렵다"며 제약사의 이름과 백신 종류를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백브리핑 후에도 추가 정보 제공 요청이 잇따르자 복지부는 '서면 자료를 작성해 배포하겠다'고 했다가 결국 "아직 계약 전이라 공식적으로 안내드릴 상황이 아니다. 오늘 중 별도 자료 배포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 사이 주식시장에선 위탁 생산 관련 업무를 하는 제약사들의 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첫 보도가 나간 이날 오전 11시 30분 무렵 약세를 보이던 녹십자 주가는 한때 41만7,000원(15.99%)까지 치솟았다가, 전날 대비 10.15% 오른 3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약 관련주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19.61%)와 한미사이언스(7.95%), 에스티팜(5.2%), 한미약품(4.68%)도 동반 급등했다.
복지부는 발표 내용을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총괄하는 질병관리청과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간 '계약이 완료된 정보만 공개하겠다'면서 백신 도입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기 때문에 계약 성사 전 진행 과정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정부가 확실하게 정해진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 사회에 혼란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