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쩐의 전쟁' 가세한다… 文 "핵심 국가 전략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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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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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이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관련 부처 장관과 대기업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도체는 핵심 국가전략 산업"이라며 '반도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대대적인 정부 지원을 선언했다.

이에 정부는 올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담은 'K반도체 전략'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국가 차원의 다양한 반도체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우리 정부 대응이 상당히 뒤처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지금 세계가 맞이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새 발판으로 삼아 종합 반도체 강국으로의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략안보물자' 급부상 반도체에 회의 초점

이날 회의는 애초 반도체와 전기차, 조선 등 전략산업의 전반적인 현황과 대응책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초점은 최근 세계적인 '전략안보 물자'로 급부상한 반도체에 맞춰졌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백악관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서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반도체 패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이 한국이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강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업 대표들에게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주시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해 우리 역시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쩐(錢)의 전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가 모든 지원 다할 것"… 세제지원 강화할 듯


이날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 중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국내 기업이 반도체 생산 능력을 적기에 확충할 수 있도록 투자, 규제 관련 지원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우선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나선다. 용인 클러스터의 소재, 부품, 장비 특화단지 같은 핵심 공급라인별 클러스터를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또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반도체 업계는 정부와의 간담회에서 개발 및 제조설비 투자 비용에 대해 50%까지 세액공제를 요청한 바 있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설비 관련 투자 비용의 40%를 세액공제하기로 했으며, 유럽은 500억 유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중국은 법인세 면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과 유사한 수준으로 지원해 달라는 게 이날 업계의 요구였다.

현재 국내 조세특례법상 대기업의 신성장원천기술 관련 세액공제는 20% 수준이다. 설비투자 관련 세액공제는 3%에 불과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과 주요국 지원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세액공제 비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친환경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배터리 산업 발전 전략'도 상반기 중 발표하기로 했다. 배터리 설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핵심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배터리 분야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특화펀드도 조성한다.

9,000여 개 자동차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을 돕기 위해, 부품업체 전용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충전 인프라 확충을 포함한 친환경차 경쟁력 강화 대책도 추진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반기 중 부품업계 미래차 전환대책과 배터리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고, 연내 수송부문 미래차 전환전략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업계 '환영'하지만… 관건은 속도

업계에선 일단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은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으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의 아쉬움도 드러냈다. 기업에 세제 지원 등을 해주려면 법 개정이 돼야 하는데,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정부 지원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의회와 공동으로 관련 법 등을 개정한 덕분에 반도체 전쟁에 대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늦게나마 필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해 다행이다"라며 "다만 지금은 속도가 관건인 만큼 정부가 빨리 진행해 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김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