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90%는 '아는 사람'

입력
2021.04.15 16:00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 또한 가해자의 90% 이상이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징역형은 30%대에 그쳤다. 텔레그램 n번방 범죄는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셈이다.

여성가족부는 15일 이런 내용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을 공개했다. 이 자료는 2019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확정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폭증

우선 전반적인 성범죄는 감소했으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2019년 기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수는 2,753명으로 전년(3,219명) 대비 14.5% 줄었다. 이에 따라 성범죄 피해자들도 3,622명으로 전년(3,859명) 대비 6.1% 감소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는 266명으로 전년 대비 19.3% 늘었고, 피해자는 505명으로 전년 251명 대비 101.2%가 늘었다. 오프라인과 달리 일 대 다수 범행이 자유로운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건 n번방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성착취물 제작 범죄 피해자'는 모두 93명으로, 전년 대비 75.5%나 늘었다. 이 가운데 미성년자들을 유인·협박해 이들 스스로 자신을 찍도록 한 비율이 51%, 음란행위를 강요당한 이들도 76.9%에 이르렀다. n번방 사건 적발 이전에 이미 크게 불어나고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는 불법촬영을 제외하고는 피해자와 '아는 사람’이 90%를 넘겼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착취물 제작은 가족 및 친척 이외 아는 사람인 경우가 각각 93.4%, 92.5%로 나타났다. 대부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됐고, 그 가운데 70.3%가 오프라인에서 가해자를 만나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쳤다. 전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중 49.7%가 집행유예를 받았고 징역형은 36.3%, 벌금형은 13.3%였다. 그나마 성착취물 제작은 징역형 비율은 49.2%까지 올라갔으나, 집행유예는 여전히 절반(50.8%)이었다.

성착취물 제작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에서 평균 형량은 2년 11개월 정도였다. 전년도 2년 7개월에 비해 형량이 약간 올랐으나 나머지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 1년 1개월 △아동 성학대 1년 4개월 △성매수 1년 5개월 등으로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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