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학교에 자가진단키트 도입? 음성 믿었다 해이해지면 더 위험"

입력
2021.04.15 11:30
보건교사회 부회장 김선아 송정중 보건교사
"낮은 민감도,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방역 해이 가능성...양성 나온 학생 따돌림당할 우려"
"학생들 등교 불안감, 일부 일탈 교사에 비난 집중"

오세훈 서울시장이 학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해 등교를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일선 학교의 보건교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사의 민감도가 떨어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현장에서 적용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보건교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선아 송정중 보건교사는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낮은 민감도 때문에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가진단키트 활용이 가능한 장소로 학교와 종교시설, 일반 회사 등을 꼽았다. 오 시장은 처음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완화 목적 도입을 주장하다 논란이 커지자 전날 국무회의에서 학교, 종교시설에의 도입을 주장했다.

이에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과 서울교사노동조합 등이 잇따라 성명서를 통해 오세훈 시장의 자기진단키트 학교 현장 도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김 교사는 이와 관련 "방역 당국에서 면밀히 검토해서 결정하겠지만 키트의 민감도가 문제라고 본다"며 "음성이 음성으로 나올 확률은 100%지만 양성을 양성으로 찾아낼 민감도는 17.5% 수준으로 낮다고 하니까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게 되면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을 때 학생들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이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에 양성인데 음성으로 나온 학생이 있다면 바이러스가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학교에서 검사했는데 양성이 나왔을 때 저희가 보안을 유지한다고 해도 아무래도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나서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자가진단키트 활용 방법과 관련해서도 "아직 정확하게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잘 모르겠다"면서도 "물리적으로 보건 선생님 한 명이 모든 학생들을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학생 검사시간이 한 명당 1분 정도 소요되면 300명인 학교는 300분이 걸리고 1,000명이면 1,000분이 된다"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한다고 하면 5시간, 10시간, 17시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보건교사 한 명으로 불가능할 것 같고, 간호사 등 지원 인력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학생 스스로 해야 하는데 제대로 검체를 채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사는 방역 당국이 학교 교직원에 자가진단키트 활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무증상 감염을 진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역시 양성을 양성으로 찾아내는 민감도가 17.5%밖에 안 된다고 하니까 크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앞서 방역 당국은 오 시장이 제안한 자가진단키트를 학교와 콜센터 등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 거리두기, 한계 있어"

한편 김 교사는 일선 학교 현장의 거리두기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교직원이나 방역지원 인력이 열심히 지도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제대로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지도를 한다고 하지만 친구들끼리 붙어 있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서 거리두기에 한계가 있는 건 현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노래방을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아 비난을 받고 있는 분당의 한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김 교사는 "지금 코로나19가 언제 더 확산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등교수업하고 있기 때문에 자제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감염경로가 정확히 파악된 것도 아니고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학부모님들도 지나치게 공격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걱정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을 학교에 등교시키면서 불안한 마음이 크기 때문에 비난을 더 많이 받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