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줄이고 좀 더 고상하고 세련되게 여행하기, 파타고니아에선 사치다. 자가 차량 여행으로 체득한 파타고니아 알짜 여행 정보를 모았다. 정리하고 보니 차라리 생존 기술에 가깝다.
차를 집으로 삼는 여행자가 된 만큼 살림꾼이 돼야 한다. 당분간 우리 집은 루프톱 텐트가 장착된 사륜구동차, 여행 방향은 ‘마음대로’다. 텐트 안엔 매트리스만 덜렁 남겨져 있었다. 차박을 할 때 필요한 정리 도구나 생존 품목은 거의 없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우리는 하나둘 물건을 챙겼다. 완벽할 필요는 없으나(그러자면 당연히 살림이 늘어난다) 큰 도시에서 미리 준비하는 게 수고를 더는 지름길이다.
산티아고의 포탈 라 레이나(Portal La Reina)는 복합 쇼핑몰이다. 여행에 필요한 웬만한 물건은 여기 다 모였다. 테이블이나 의자, 헤드라이트 등 캠핑 물품과 생활 용품도 이곳에서 구입했다. 비상 식량이나 부엌 도구, 정리용 박스 등은 쇼핑몰 안의 종합 슈퍼마켓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자동차에 필요한 액세서리는 오토플라넷(Autoplanet)에서 구입했다. 차량 관련 용품을 파는 상업지구 내에 있다. 장거리 운전에 대비해 주유통을 고정하기 위한 벨트와 야광 재킷, 소화기 등 안전 키트를 챙겼다. 타이어 펑크를 때우는 스프레이 등 응급 용품도 챙길 것.
파타고니아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지가 많은 편이다. 미리 준비한 가이드북이나 앞선 여행자의 블로그를 통해 기본 정보를 수집했더라도 살아 있는 정보가 필수다. 생생한 정보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여행자 숙소다. 말하기와 듣기 실력을 힘껏 발휘하라. 현지인 숙소 주인과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채집한 정보가 진짜 도움이 된다.
파타고니아를 여행하다 보면 휴대폰 신호가 잡히다가 안 잡히다가 제멋대로다. 종이 지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길을 잃어버릴 염려가 적다. 개인적으로 오프라인 내비게이션인 맵스미(maps.me) 앱을 추천한다. 여기에 아이오버랜더(iOverlander) 앱을 추가하면 조금 더 든든하다. 파타고니아 어딘가를 달리고 있는 실시간 여행자의 리뷰로 채워진 생생 정보통이다. 차박할 장소는 물론 호스텔, 레스토랑 등의 좌충우돌 경험 후기가 올라와 있다. 핸드폰 신호가 잡히는 곳에서 미리 검색해두면 오프라인에서도 열어 본 페이지 정보를 볼 수 있다. 카카오톡에 버금가는 현지 앱은 왓츠앱(WhatsApp)이다. 자동차 중계업체 ‘수지’는 물론 현지에서 만난 친구와의 자잘한 소통에 도움이 된다. 트레킹을 할 땐 가이아GPS(Gaia GPS)가 똘똘한 길 찾기 친구가 되어준다.
파타고니아를 관할하는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진정 가깝고도 먼 나라다. 찰거머리처럼 길게 붙어 있어 어디가 국경선인지 헷갈릴 정도지만, 휴대폰 상태를 보면 확실히 남이다. 같은 통신사를 쓰더라도 국경을 넘으면 무용지물. 게다가 나라별로 제대로 터지는 통신사가 다르다. 칠레에선 엔텔(Entel), 아르헨티나에선 모비스타(Movistar)가 우세하다. 경비를 좀 아껴볼까 머리를 굴리며 사용 일수를 계산해 요금제를 선택했으나 늘 여행은 예상 밖으로 흘렀다. 덕분에 돈을 낭비하거나 데이터가 모자라거나.
주로 3가지 앱에서 검색했다. 앞서 말한 아이오버랜더(iOlverlander)와 부킹닷컴, 그리고 에어비앤비다. 아이오버랜더는 중저가의 호스텔과 더불어 차박을 할만한 장소를 찾는 데 강한 편이다. 숙소 선택권은 대체로 부킹닷컴이 넓은 편이나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 같이 물가가 비싼 관광지에선 에어비앤비의 가성비가 좋다. 숙소(다인실 혹은 2인 1실) 또는 캠핑장 1박 가격은 아르헨티나가 조금 저렴하다. 여행 기간 동안의 대략적인 가격을 계산해 보았다. 칠레는 숙소의 경우 인당 약 1만6000~2만원, 캠핑장은 8,300원이다. 아르헨티나는 숙소 1만~1만4,000원, 캠핑장은 6,000원가량 들었다.
칠레의 은행은 인출 수수료만으로도 엄청난 영업이익을 내는 것 같다. 1회 인출 금액이 제한적이고 수수료로 그 금액의 2% 이상 뗀다. 도둑도 이런 도둑이 없다. 여러 은행을 돌면서 실험해봤다. 대부분 은행의 최대 인출금은 20만 칠레페소(약 33만원), 수수료는 4,000~5,000칠레페소(약 6,600~8,000원)였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불안정한 경제 사정 때문에 공식 시장과 암거래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 차가 큰 편이다. 한마디로 페소의 가치가 비실비실하다. 카드를 사용하면 공식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생돈을 날리기 일쑤다. 남미 대부분 국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달러가 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