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언마저 호재로… 오세훈 질 수 없었던 선거

입력
2021.04.14 20:00
23면

편집자주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가 공동으로 뜨거운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아본다.

지난 4ㆍ7 재ㆍ보궐 선거 결과를 보고 “민심이 무섭다”는 말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4ㆍ15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투표의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49.9%,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41.5%를 얻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선거운동 기간 분석 기사이므로 이후에도 ‘오 후보’로 표기)는 57.5%를 얻었고,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9.2%에 그쳐 불과 1년만에 두 당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국일보와 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ISDS)가 공동으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거대한 변화 움직임과 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포털 검색량, 뉴스 댓글, 관련 기사 키워드 등을 빅데이터 분석했다.

초반 ‘V 논란’ 오 후보에 전화위복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여당 열세는 분명했다.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부정 비율이 지난해 말부터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특히 후보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포털사이트 검색량에서 오 후보가 꾸준히 앞서 나갔다. ‘오세훈’과 ‘박영선’ 검색량은 두 후보가 출마를 밝힌 지난 1월 8일부터 선거 직전인 4월 6일까지 네이버 데이터랩 시스템을 이용해 추출했다. 선거운동 초기 검색량은 오 후보가 공식 출마선언을 한 1월 17일 전후를 제외하고는 박 후보가 우위를 점했으나, 2월 2일 갑자기 오 후보 검색량이 갑자기 치솟으며 역전에 성공한다. 그날은 정부가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v1.2’ 문건에 표기된 ‘v’자를 두고 오 후보가 “대통령을 흔히 ‘VIP’로 불렀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이라는 잘못된 주장을 한 날이다. 당시에는 오 후보에게 악재였으나, 결국 그가 유권자 관심을 모은 중요한 계기가 됐다. 특히 선거 기간 중 20대에서 오 후보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날이었다. 이후 오 후보는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나경원 후보와 당내 경선(3월 4일), 안철수 후보와 야권 통합 경선(3월 23일)에서 승리 등을 통해 관심을 계속 확장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20대 표심 특징을 찾기 위해 검색량 중 20대를 추출해 전체 유권자 추이와 비교했다. ‘박영선’ 검색량 추이는 20대와 전체 유권자가 거의 일치했다. 반면 ‘오세훈’은 검색량이 급등하는 모멘텀에서 20대 증가 폭이 훨씬 컸다. 특히 안철수 후보에게 승리한 날에는 20대의 ‘오세훈’ 검색량만 급격히 치솟아 선거 막판 20대 표심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만 등락 추이는 20대와 전체 유권자가 대체로 일치했다. 분석을 진행한 배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20대와 전체 세대를 비교하면, 검색량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등락 패턴이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이번 선거 기간 20대의 정치적 관심이 전체 유권자보다 훨씬 높았지만, 관심 영역은 전체 유권자와 비슷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는 부동산에, ‘박’은 사과ㆍ적폐 집중

선거운동 기간 오 후보가 여러 지표에서 줄곧 앞서 나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막바지까지 “바닥 민심은 다르다”며, 지난 선거의 성공 전략을 반복했다. 이는 선거 기간 양당이 생산한 키워드에 대한 언론 보도 분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시스템을 통해 공식 선거운동기간(3월 22일~4월 6일) 더불어민주당 관련 기사 1만3,832건과 국민의힘 관련 기사 1만1,718건을 분석했다. 또 같은 기간 오세훈 박영선 후보의 직접 발언이 담긴 보도도 분석했는데, 중복을 피하고자 한국일보 기사만 다뤘다.

오ㆍ박 후보 발언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비교해봤다. 오 후보는 ‘재건축’ ‘재개발’이 빈도수 3, 4위를 차지한 것이 보여주듯이 이번 선거 최대 이슈인 부동산에 집중하며 정부의 정책 실패 지적에 그치지 않고 대안 제시에 주력했다. 반면 박 후보는 ‘이명박’이 6위 ‘내곡동’이 10위를 차지하는 등 네가티브 전략에 주력했다. 배영 교수는 “오 후보가 자신의 의혹에 대응하기보다 재건축 재개발처럼 자신이 할 일에 대해 많이 얘기한 반면, 박 후보는 코로나19 방역 등 정부 성과나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 사과 등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언급된 기사에서 자주 언급된 인물을 추출해 비교했다. 국민의힘은 상대 후보인 ‘박영선’보다 ‘문재인’을 더 많이 언급하며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 구도로 치르려는 전략을 확실히 했다. 반면 민주당은 ‘오세훈’을 제외하고는 주로 여당 인물들을 많이 언급하며 수세적으로 선거를 치렀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와 전략의 부재로 인해 득표 격차가 점점 벌어진 것이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어진 선거전

양당의 선거전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뉴스 댓글을 살펴봤다. 이를 위해 닐슨코리아 버즈워드 시스템을 통해 ‘오세훈’ 뉴스 댓글 48만5,929건과 ‘박영선’ 관련 뉴스 댓글 39만3,820건(1월 8일~4월 6일)을, 또 더불어민주당 관련 기사 1만3,832건과 국민의힘 관련 기사 1만1,718건(3월 22일~4월 6일)을 분석했다.

댓글을 보면 이번 선거가 얼마나 정책보다는 상호비방으로 치러졌는지 잘 드러난다. ‘오세훈’ 관련 댓글에는 거짓말(7위) 내곡동(13위) 이명박(21위) 전광훈(34위) 생태탕(72) 등의 비방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박영선’ 관련 댓글에는 일본(9위) 박원순(16위) 도쿄(19위) 성추행(33위) 토착 왜구(43위) 등이 눈에 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정책인 부동산은 오 후보 댓글 중 24위, 박 후보는 28위에 머물렀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희망’보다는 ‘분노’의 표출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이런 선거가 반복된다면 한국 민주주의 장래도 어두울 수 밖에 없다.

한국일보-포스텍 사회문화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공동기획

정영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