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어민 100만 명 생존 위협… '美 바라기' 日 향해 "결탁 역겹다"

입력
2021.04.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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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오염수, 생계·건강 치명타 ”日 못 믿어”
②“日, 오로지 美 지지 얻는 데만 혈안돼”
③미지근한 대만, “왜 항의 못 하나” 불똥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중국이 비난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업과 국민건강에 심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신뢰를 저버린 일본을 감시하기 위한 국제조사팀 구성을 촉구했다. 주변국의 우려에 아랑곳없이 오로지 미국과 결탁한 일본의 행태에 “역겹다”는 노골적인 불만도 터져 나왔다.

①핵 폐수, 생계와 건강에 치명타…“일본 못 믿겠다”

중국 어민과 수산업계는 들끓고 있다. 일본과 가까운 산둥성의 조업규모는 중국 전체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어민 숫자만 13만 명에 달한다. 중국 전역으로는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어업협회는 14일 “핵 폐수를 바다에 버리면 그 충격은 식품 안전을 넘어 어업종사자의 건강과 수산업 전반에 치명적”이라며 “실제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 산정하기 위해 관련 연구기관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 책임을 묻기 위한 사전작업인 셈이다.

중국은 일본의 일방적 결정에 더 분개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일본 정부 발표 직후 트위터에 △핵 폐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단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외 반대를 무릅쓰고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방류 결정을 내렸다며 "이것이 책임 있는 국가가 할 짓인가"라고 일갈했다. 오염수 방류 주체인 도쿄전력도 뭇매를 맞았다. 1977년 이래 데이터 조작 등의 혐의로 원자로 13곳에서 199차례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칭화대 핵물리학 전문가인 구이리밍(桂立明) 교수는 “도쿄전력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출한 자료가 정확한가”라고 반문하며 “과거 악명에 비춰 일본 정부의 결정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②“日, 오로지 美 지지 얻는 데 혈안”

중국은 일본의 이번 조치를 묵인한 미국도 싸잡아 겨냥했다. 바이든 정부가 외쳐 온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는 한낱 선동에 불과하다고 쏘아붙였다. 뤼샹(呂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일본은 충실한 동맹임을 확신시켜 미국의 방류 승인과 허가를 얻은 것”이라며 “미국은 자국 해안에 오염수가 영향을 미치더라도 정치적 판단에 따라 용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외면한 채 미국의 지지를 얻는 데만 주력했다는 지적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 같은 일본의 ‘미국 바라기’를 “역겨운 미일 간의 결탁”이라고 규정하며 공세를 폈다. 이어 “자기 진영에 속하면 방어하고 아니면 공격하는 미국의 전술이 최고조에 달했다”면서 “현대 인류 문명의 수치”라고 깎아내렸다.

동시에 태평양 해류 순환으로 인해 한국, 중국, 베트남, 미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가 오염수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공동 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신뢰할 수 없는 일본은 국제적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린보창(林伯强) 샤먼대 중국에너지정책연구센터 주임은 “국제조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 투명하고 공개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폐수 처리와 그 잠재적 위험에 대한 대책을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③미지근한 대만, “왜 항의 못 하나” 불똥

이처럼 격하게 반발하는 중국과 달리 대만은 일본을 향해 미지근한 반응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탓이다. 대만 행정원 산하 원자력위원회와 총통부는 “대만의 이익을 배려하고 후속 조치 관련 완전한 정보를 제공해달라”며 원론적 차원의 ‘유감’과 ‘우려’ 표명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3명의 전직 의원과 고위관료를 비공식 대표단으로 대만에 파견했다”고 전했다. 연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방문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상황에서 대만은 미국과 얼굴을 붉힐 수 없는 처지다.

대만 국민당과 환경단체는 정부의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 모두 극렬하게 반대 입장을 밝히는데 왜 대만은 문제만 제기하고 항의하지 못하는 것이냐”면서 “환경을 강조해온 민진당 정권의 침묵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