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핵시설에 타격을 입은 이란이 오는 14일부터 역대 최고 수준인 농도 60% 우라늄을 농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이 최근 나탄즈 핵시설 사이버 공격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데 이어 우라늄 농축 농도 상향과 추가 원심분리기 설치까지 선언하면서 ‘강대강’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13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외무부 차관은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 같은 내용을 통보했다. 또 피습당한 나탄즈 핵시설에 50% 향상된 성능의 개량형 원심분리기 1,000대를 추가로 설치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아락치 차관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참가국 회담에서 이란 대표단을 이끌고 있다.
이번 이란의 우라늄 농축 선언은 최근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나탄즈 핵시설 공격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일 핵합의 상 사용 금지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이 곳이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서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방사능 오염 등의 피해는 없었지만 복구에만 9개월 넘게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이번 사태가 핵 합의 복원 협상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이스라엘의 시도라고 봤다. 이스라엘은 그간 이란이 핵합의 속에서 비밀리에 핵무장을 계속할 것이라며 ‘핵합의 무용론’을 펼쳐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이 이번 공격으로 핵합의 복원 참가국 협상에서 이란의 주도권을 약화시키려고 했다면 이는 매우 좋지 않은 도박을 한 것”이라면서 “나탄즈 핵시설 피습은 이란의 협상력을 더욱 강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2015년 핵합의 타결 전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했지만 합의 후 이를 3.67%로 희석해 초과분을 해외로 반출했다. 그러나 미국의 핵합의 파기에 대응해 현재 이를 4.5%까지 올렸다. 지난해 말에는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수도 테헤란 인근 소도시에서 테러로 숨지자 이에 대응해 우라늄 농축 수준을 20%로 추가 상향하기도 했다.
이달 초 이란 원자력청은 올해 1월부터 약 석 달 만에 20% 농도 농축 우라늄 55㎏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다. 통상 핵무기 1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90% 고농축 우라늄 25㎏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20% 농축 우라늄 200∼250㎏을 생산해야 한다. AP통신은 “이란의 60% 우라늄 농축은 역대 최고 농도”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