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통화량 42조 역대 최대 증가… 주식·부동산에만 몰리는 돈

입력
2021.04.13 17:30

2월 시중에 추가로 풀린 통화량이 역대 최대 규모인 4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당국의 지원 자금이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가계 부문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동성은 역대 최대 규모로 풀렸지만, 정작 시중에 돈은 잘 돌지 않았다. 돈이 실물 경제로 흘러 들어가 활기를 돌게 하기보다는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만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중 통화 및 유동성'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중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전월 대비 1.3%(41조8,000억 원) 증가한 3,274조4,000억 원에 달해 통계 편제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7% 증가했는데,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1.1%) 이후 약 12년 만의 최고치다.

보통 시중 통화량을 의미하는 M2는 현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요구불예금과 같이 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수익증권, 단기금융펀드(MMF) 등까지 포함시킨 개념으로, 쉽게 현금으로 인출 가능한 현금성 자산을 의미한다. 보통 민간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 일시예금이 늘면서 M2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우선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위한 정부의 금융 지원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M2 규모가 31조5,000억 원 늘었는데, 이 또한 통계 편제 후 최대 증가폭이다.

주담대 역시 M2 증가세에 일조했다. 2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 주담대 규모는 전월 대비 7조 원 이상 늘어났는데, 이는 2015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증가세였다. 이에 힘입어 요구불예금(11조 원)과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9조2,000억 원)이 모두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봄 이사철이기도 했고, 생활이나 투자 목적으로 대출받은 뒤 잠시 예치해놓는 금액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화량은 역대 최대 규모로 풀렸지만, 기대만큼 시중에 돈이 돌지는 않았다. 한은이 1원을 공급했을 때 시중 통화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통화승수(M2를 본원통화량으로 나눈 값)는 2월 14.19배에 그치면서 전월(14.42배)보다도 더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을 아무리 찍어내도 실물 경제로 흘러 들어가 활기를 돌게 하기보다는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에 '잠겨 있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전통적 거래 수단으로서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통화승수가 기조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전자결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가상화폐 등이 대안으로 부상하는 상황이 찾아오면서 전세계적으로 돈이 도는 속도가 더 크게 떨어진 면이 있을 것"이라며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유동성과 더불어 통화 가치의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