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방사성 물질을 법정 기준치 이하로 희석한 뒤 앞으로 2년 후부터 원전 폐로 완료 기한인 2041~2051년까지 나누어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13일 오전 폐로ㆍ오염수대책 관계각료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처리수의 처분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를 실시하는 데 있어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범정부 차원에서 '풍평(소문) 대책'을 철저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해양 방출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풍평 대책이란 해양 방류 후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판매가 줄어들 것에 대비한 정책을 말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가을에도 이 문제와 관련해 결정을 내리려 했으나 어민 등의 반대가 심해 연기했다가 이번에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도 어민단체와 시민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가 크고 한국과 중국 등 인근 국가의 반발도 예상돼 파장이 클 전망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수소폭발 사고가 발생한 원자로 시설에 지하수나 빗물 등이 스며들어 현재도 매일 140톤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다행종제거설비(ALPS) 등으로 처리해 64종의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제거한 뒤 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다만 ALPS 처리 후에도 트리튬(삼중수소)은 남아 있기 때문에 여기에 400~500배의 물을 희석해 농도를 법정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으로 낮춰 배출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방안이다.
앞서 이 오염수의 처리 방안으로 지난해 2월 경제산업성 산하의 전문가 소위원회는 해양 방류와 대기 방출 등 두 가지를 거론했고, 이중 해양 방류가 기술적 측면에서 낫다는 의견을 제시한 적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해양 방류를 결정하려 하다가 어민들의 강한 반대로 일단 보류했으나 이번에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더 이상 놔둘 수는 없다”며 공식 결정을 강행했다.
일본 정부는 현지 지자체와 수산업자 등이 참여해 해양 방류 전후 트리튬 농도 등을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협력 하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국내외에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지 어민과 시민단체, 주변국 등 국내외 반발이 커 파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등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단체들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했지만, 일반 국민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는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이해관계 단체를 상대로 한 의견 수렴도 해양 방류를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 절차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