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큰 격차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제친 데에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 이탈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지난해 4ㆍ15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에 표를 준 유권자 중 상당수가 불과 1년 만에 투표를 포기하거나 오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민주당 심판’에 동참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서울 424개 동(洞)별 보궐선거 투표 결과를 분석했다. 여야 후보를 선택한 민심에 더해 투표에 불참한 민심까지 따져보기 위해 '동별 선거인 수 대비 후보별 득표 수의 비중', 즉 득표율을 산출한 뒤 지난해 총선 결과와 비교했다. 총선 득표율은 '동별 선거인 수 대비 비례대표 선거 정당별 득표 수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했다. 비례대표 선거를 기준 삼은 것은 정당 지지 흐름을 보기 위해서다.
분석 결과, 서울 전 지역에서 민주당의 ‘집토끼 이탈’ 현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424개 동 전체에서 박영선 후보 득표율이 1년 전 총선 때 민주당(정의당ㆍ열린민주당 포함) 득표율보다 감소했다. 평균 감소율은 -8.6%포인트에 달했다.
반면 국민의힘 득표율은 총선 때보다 평균 5.7%포인트 상승했다. 가령 영등포구 양평2동은 1년 새 민주당 득표율이 12.4%포인트나 감소(36.5→24.1%)했다. 총선과 보궐선거 모두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강 구도로 치러진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이탈 표는 오세훈 후보 쪽으로 옮겨가거나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양평2동의 국민의힘 득표율은 6%포인트가량 증가(26→31.9%)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특히 두드러졌다. 총선 때보다 민주당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감소한 동은 85곳. 이 중 보수 성향이 강한 강남동권(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지역은 16곳(18.8%)에 그쳤다. 주로 민주당 텃밭으로 꼽히는 관악ㆍ은평ㆍ종로ㆍ노원ㆍ구로구 등에 속한 동에서 민주당의 득표율 감소 폭이 컸다.
광진구에선 ‘보수의 험지’라 불리는 광진을 선거구에 속하는 자양1~4동과 화양동에서 일제히 박 후보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강남서권의 경우, 영등포구에선 젊은층이 많은 당산동과 양평동에서, 동작구에서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동작을 선거구의 사당동과 흑석동에서 지지층 이탈이 뚜렷했다.
총선 이후 1년 만에 표심이 180도 뒤바뀐 곳도 적지 않았다. 총선 때 양천구 신월6동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54.5%(투표 수 대비 득표 수)에 달했다. 국민의힘(미래한국당)은 33.5%에 그쳤다. 이번 선거에서 신월6동 유권자들은 오세훈 후보에게 54.8%를 몰아 줬다. 박영선 후보는 41.9%를 얻었다. 10명 중 7명꼴로 ‘1인 가구’인 관악구 신림동 또한 총선 대비 민주당 득표율은 10.4%포인트(53.2→42.8%) 줄고, 국민의힘은 19.6%포인트(29.4→49%) 늘며 결과가 뒤집혔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역대 선거를 봐도 강남은 물론, 강북 일대 민주당의 텃밭마저 모두 야권 쪽으로 돌아선 건 정말 이례적”이라며 “치솟은 집값과 전세 대란,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 부담 증가 등이 겹겹이 쌓이며 민주당을 지지하던 중도 성향의 지지층마저 모두 이탈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