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삼구(76) 전 금호그룹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번 주중 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민형)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최근 박 전 회장의 출국을 금지했다. 법정형이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2억원 이하 벌금형인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전ㆍ현직 대기업 총수가 출국금지 처분을 받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검찰이 박 전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라는 강수를 취한 건 당초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했던 사안 외에, 추가로 중대한 범죄 혐의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8월 말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괄 거래 등을 통해 총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인 금호고속을 부당지원했다”면서 박 전 회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총수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을 설립, 자금을 마련한 뒤 경영정상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내부거래를 했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검찰은 공정위 고발 접수 2개월여 후인 작년 11월 6일, 금호그룹 본사와 아시아나항공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본건에 해당하는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에 앞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인멸 및 뇌물 사건(본보 1월 4일 자 13면)을 먼저 재판에 넘겼다. 공정위 직원을 매수해 약 5년간 증거인멸을 지시한 윤모(49) 전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상무, 공정위에 제출된 금호그룹 자료 중 사측에 불리한 자료를 삭제해 준 공정위 직원 출신 송모(51)씨가 먼저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후 박 전 회장의 새로운 범죄 단서를 발견했다. 공정위 고발장에 담기진 않았던, 금호그룹 측이 자금 마련을 위해 또 다른 불법을 저지른 정황을 파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그룹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실 관계자, 금호고속에 계열사 인수자금을 댄 NH투자증권 및 금호고속 인수에 관여한 법무법인 관계자 등이 줄줄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수사망을 넓힌 검찰은 결국 올해 2월 ‘금호그룹 2차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그룹 본사는 물론,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금호고속에 인수된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금호터미널의 광주 유스퀘어 본사, 금호터미널 서울사무소 등이 그 대상이 됐다. 따라서 검찰이 박 전 회장을 출국금지한 건 추가 포착한 혐의가 워낙 뚜렷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그룹 수사는 사실상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홍석(56) 전 그룹 전략경영실장을 이달 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제 박 전 회장 본인 조사만 남은 상태인데, 수사팀은 이번 주 안에는 반드시 출석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박 전 회장의 소명을 들은 뒤 그의 신병 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지만, 구속영장 청구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전 회장 측은 “금호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을 뿐, 개인적 이익을 추구한 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