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목숨도 소중' 美 백인 우월주의 시위…참가자 적어 '썰렁'

입력
2021.04.12 20:00
1월 미 의회 난입 소동 이후 텔레그램으로 모집
시위대보다 반대 시위자와 경찰이 더 많아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반(反)인종차별 시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ㆍBLM)' 운동이 열렸던 미국에서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White Lives MatterㆍWLM)'라는 구호를 외치는 시위가 열렸다. 다만 이번에는 참가자가 적어 시위 현장이 썰렁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내 10여 개 지역에서 WLM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는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주,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주 등지에서 열렸다. 이들은 1월 6일 미 의회 난입 사태 이후 온라인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인 텔레그램으로 모집됐다고 알려졌다.

NBC 방송은 이번 시위를 '2018년 이후 처음으로 현실에서 열린 백인 우월주의 시위'라고 이름 붙였다.

매체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소수의 안티파와 반인종주의자들이 모여 '귀하의 항복을 받아들인다'는 푯말을 들고 행진했다"며 "뉴욕에서는 트럼프 타워 길 건너편에 12명 정도의 시위대가 서 있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라고 외치는 군중들에 의해 WLM 시위대들이 쫓겨나는 모습도 나왔다"며 "군중들은 '나치들, 집에 가!'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NBC는 이번 WLM 시위를 두고 "이 나라의 인기 없고 체계적이지 못한 극단주의 운동이 어떻게 지하로 몰렸는지가 저조한 참가율로 드러났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백인 우월주의 집회는 2017년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 열린 '우파 연합' 시위다. 일부에선 이번 시위 조직자들이 샬러츠빌 시위를 재현하려다 실패했다는 평가도 내놨다.

한편 BLM 운동은 2013년 17세 흑인 청년 트레이본 마틴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남성이 미국 법원에서 무죄를 받자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처음 조직됐다.

이후 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눌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넘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손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