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주로 친문계를 참모로 기용해온 그간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비(非)문재인계’인 이 전 의원의 발탁은 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쇄신'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르면 이번 주 이 전 의원을 최재성 정무수석 후임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보좌하는 자리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석일 때 비서실장 업무를 대리하는 '선임 수석'이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영입해 비례대표 8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 이전까지 정치평론가로서 JTBC '썰전'에 출연해 촌철살인 어법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그러나 국회의원으로서는 줄곧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활력이 없는 책임의 상당 부분이 이 대표에게 있다"며 쇄신을 요구했고, 조국 사태 때는 "야당만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치적 소신이 '대화와 타협'인 그는 지난해 21대 총선에 앞서 "의원을 한 번 더한다고 우리 정치를 바꿀 자신이 없다"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의 기용으로 청와대의 국정 운영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당·청 핵심 주류는 그간 강성 친문 지지층만을 의식한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 관계자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 전 의원은 대화를 중시하는 성격"이라며 "유 비서실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이던 이 전 의원과 호흡을 맞춘 점이 발탁 배경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에선 정무수석 외에 김외숙 인사수석, 배재정 정무비서관, 김영식 법무비서관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 인사수석은 여당에서도 변창흠 국토부장관 임명 등을 두고 인사 실패 책임론이 제기된 터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으로 기소된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판 중인 이 상황실장이 청와대에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재판부에 대한 압력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선 한국e스포츠협회 비리 혐의에 연루된 전병헌 전 정무수석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받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직을 내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