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미 하원 전단금지법 청문회를 "내정간섭" 비판한 까닭

입력
2021.04.12 16:30
"세미나 수준이지만 민감 시기… 경계할 대목"
"대북 적대의식, 반북 의식 강한 인사들 모아서 진행"
"주미 대사관이 美 의회에 손써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미국 하원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추진 중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관련 화상 청문회에 대해 "일종의 내정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이 아무리 큰 나라이지만 미국 의회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의회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대북전단금지법과 관련, 15일(현지시간) 화상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청문회에서는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한 문제 등 한반도와 관련한 언급이 포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당 청문회는 남북관계발전법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시각 매개물 게시, 전단 등의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부의장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아직 발표가 되고 있지 않은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지난주 한미 안보실장 회의를 했고, 그 이후에 계속 한미 간 또는 미일 간 긴밀한 조율을 하고 있는 중에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에 일정한 정도 영향을 주고 싶어 하는 공화당 쪽의 의도가 반영된 행사"라고 비판했다.

정 부의장은 청문회 성격에 대해 "결의안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급의 청문회는 아니다"라면서도 "세미나 수준이지만 이 민감한 시기에 그런 일을 벌여놓으면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그게 우리가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지금 청문회 나가는 사람들이 대개 한반도 사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이라는데 문제점이 있다"며 "수잰 숄티를 비롯해 대북 적대 의식이라든가 반북 의식이 강한 분들이 주로 그 증언을 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북 정책이 성안 중이라는 시점에 이런 일을 터뜨려가지고 뭘 하자는 건지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청문회에 참석하는 인사들의 편향성도 지적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이인호 전 주러시아 대사,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시프턴 아시아국장, 중국·북한 전문가인 고든 창 등이 출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잰 숄티는 북한자유연합 대표로 북한 인권 등 관련 활동을 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해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 일행 중 2명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가 있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정 부의장은 "보수적인 생각, 그다음에 한반도 사정을 모르는 분들이 앉아서 서울은 가보지도 않고 남대문이 어떻게 생겼느니, 남대문에서 종로까지 엎어지면 코 닿는다느니 하는 그런 식의 얘기밖에 안 되는 일을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정 부의장은 우리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서는 "우리 주미 한국대사관이 미국 의회에 손을 써줬으면 좋겠다"면서 경기 파주를 지역구로 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내 접경 지역 측의 목소리를 전달해줄 만한 사람이 청문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 부의장은 이날 방송에서 김어준씨에게 "목소리가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어준씨는 "차분한 겁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김어준씨를 TBS 교통방송에서 퇴출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사흘 만에 17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손성원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