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성사된 '배터리 분쟁' 합의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12일 12% 가까이 급등했다. 시가 총액이 하루 만에 2조7,000억 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시총 순위도 1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반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 원대의 합의금을 챙긴 LG화학 주가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쳐 대조를 이뤘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대비 2만8,500원(11.97%) 오른 26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17.7% 급등한 27만7,500원에 거래를 시작한 SK이노베이션은 장중 28만2,000원(18.49%)을 '터치'하기도 했다. 주가 급등으로 시가총액(24조6,421억 원)은 전 거래일 대비 3계단 오른 15위에 안착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급등은 전날 발표된 LG화학과의 합의문 덕이다. 3년간 소송전을 펼쳐오던 양사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에 2조 원을 배상하고 모든 소송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10년간 추가 소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SK이노베이션이 자칫 '미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 원의 합의금을 받게 된 LG화학(+0.62%)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훨씬 크게 솟아오른 이유다.
지난 2월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특허 침해 소송에서 LG화학 측의 손을 들어준 이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한 달 반 만에 30% 가까이 떨어졌다. ITC가 SK이노베이션 배터리에 대한 생산, 수입, 판매를 10년 동안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 사업 전망 자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배터리 사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다른 배터리 제조사들과 비교해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로, 향후 성장 여력이 훨씬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LG화학(58조 원)이나 삼성SDI(45조 원)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의 시총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분쟁 종료로 막대한 소송 비용을 아끼면서 배터리 사업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 목표주가는 최고 40만 원까지 높아졌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져야 할 리스크가 훨씬 컸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 주가에 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현금이 유입되고 소송 비용이 줄어들며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되긴 하지만, 기존 매출과 영업익 증가 속도가 빠른 만큼 이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