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상향이냐 대상 확대냐…주담대 규제 완화, 막판 저울질

입력
2021.04.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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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실수요자 LTV 가산우대 놓고 정책조합 고심
한도 높이면 내 집 고를 선택지 늘어나나 일부만 혜택
대상만 넓히면 수도권 집값 마련 어려울 수 있어
한도·대상 모두 확대했다가 가계부채 증가 역풍 맞을 수도

정부가 청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를 풀어주려는 계획은 크게 ①대출 한도 상향 ②대출 대상 확대 ③모두 도입 등 3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정부는 어떤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급증하는 가계 부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실수요자 주거 안정은 앞당길 수 있을지 막판까지 고민하고 있다.

①한도 상향...'일부만을 위한 정책' 지적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이 부동산 과열과 안정 시 가계부채를 얼마나 늘릴지를 두고 막판 시뮬레이션 작업 중이다. 금융위는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이르면 이번 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실수요자의 주담대 대출 규제 완화책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가산우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은 LTV 상한선이 각각 40%, 50%인데 실수요자는 10%포인트(p)를 우대받는다.

대출 한도 상향은 LTV 가산우대 수준을 현행 10%p에서 더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만약 10%p를 추가로 올리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실수요자는 LTV 60%를 적용받아 주담대를 더 끌어 쓸 수 있다. 소득 대비 부채상환액인 DTI가 올라가도 대출금은 늘어나는 효과를 낸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대출금을 많이 빌려 내 집을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실수요자 기준에 들어맞는 사람만 더 강화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LTV 가산우대를 활용하는 실수요자가 적어 일부만을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는 점 역시 금융위로서 부담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규제 지역 내에서 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해 LTV를 10%p 우대받는 비율은 신규취급액 기준 7.6%에 머무르고 있다.


②대상 확대...주담대로 수도권 집값 마련 어려울 수도

금융위는 대출 대상 확대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출 대상 확대는 서민·실수요자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LTV 가산우대를 받는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을 지난해 7월 '주택시장안정 보완대책'을 통해 8,000만 원까지 높였는데, 이를 9,000만 원까지 다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건드리지 않았던 주택 가격 기준도 집값 상승을 반영해 상향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면 LTV 가산우대는 기존과 같은 10%p로 대출 한도가 바뀌진 않으나 이 제도를 활용하는 실수요자는 늘어나게 된다. DTI 적용 대상을 넓혀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하지만 대출한도가 그대로라 부동산 가격이 뛴 수도권에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는 가산우대 10%p를 적용한 주담대를 받더라도 집값을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③모두 도입...가계부채 제어 못할라 '우려'

금융위는 실수요자에 혜택이 최대한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출 한도와 대상을 모두 확대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시장에 '돈줄을 푼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가계부채 총량 억제, 부동산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 정부 정책 기조를 무너뜨릴 수 있어 쉽게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청년층 등 금융취약 계층의 장기 모기지 도입 등의 일부 규제 완화책만 발표하고 구체적인 대출 규제 완화책은 다주택자 중과세가 이뤄지는 6월 이후 시장 상황을 보고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는 늘어난 가계 대출을 제어하면서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풀어야 하는 양립하기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며 "청년층 장기 모기지 등 이미 밝힌 정책 외에 구체적 완화책은 부동산 시장 안정 기조가 확인된 후 구체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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