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 성찰] "당권 놓고 '자기 정치' 하면 정권 교체 못 한다"

입력
2021.04.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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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도 활짝 웃지 못한다. 스스로 잘해서 이룬 온전한 승리가 아닌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민심의 냉정함을 절절히 체험한 바, 국민의힘을 기다리는 건 '성찰의 시간'이다. 선거 현장에서 민심을 지켜본 하태경(3선ㆍ부산해운대구 갑), 유경준(초선ㆍ서울 강남구병), 황보승희(초선ㆍ부산 중구영도구) 의원에게 '선거 이후'에 대해 들어봤다.

하태경 “'자유'보다 '공정'에 집중해야”


“청년들이 우리 당의 비전이고, 공정이 시대 정신이다. 젊은 유권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싫어서 우리 당을 지지했다. 그 마음을 우리 그릇에 제대로 담아내려면, 국민의힘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그간 ‘어르신 대변 정당’이었다. 구태의연한 보수 정당의 모습에서 벗어나 ‘청년과 함께 하는 정당’으로 바뀌는 게 개혁의 시작이다. 여기에 지속적,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2030세대 유권자가 내년 대선에서도 우리 당과 함께 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2030세대가 보수화됐다'고 해석하는 건 틀렸다. 2030세대는 ‘공정’을 원할 뿐이다. '자유'보다는 '공정'을 더 우선적인 가치로 삼아야 한다. 과거처럼 반(反) 북한 정서를 이용하느라 청년세대를 떠나게 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공정’의 가치를 저버린다면 청년들로부터 가혹한 심판의 매를 맞게 될 것이다.”

유경준 “청년들 이해하는 리더십 절실하다”

“지난 10년간 보수가 모든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2030세대의 표를 얻지 못한 탓이었다.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번 승리는 불가능했다. 청년들은 일자리ㆍ부동산ㆍ경제 정책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를 더 이상 믿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아직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에 매몰된 ‘꼰대 정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골탈태해야 한다.

현 정권의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확실한 정책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을 당 대표로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국회의원 선수, 출신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다.

조만간 시작될 당권 경쟁은 첫 번째 고비다. '선거에서 한 번 이기더니 또 싸운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 마음은 금세 다시 돌아설 것이다. 영남 출신, 다선 의원을 기계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청년들의 감각을 보다 잘 이해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황보승희 “당권 경쟁, '자기 정치' 경계해야”


“국민의힘이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다. 선거 현장에서도 ‘느그들 좋아서 찍는 거 아니다’는 말씀 많이 들었다. 문재인 정권을 표로 심판하겠다는 게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마음이다. 우리 당엔 뼈를 깎는 쇄신이 더 필요하다.

중도층과 청년세대의 지지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현 정권 들어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무너졌다고 보는 청년들에게 현실적인 대안과 정책으로 보답해야 한다. 국민의힘 내 독립 조직인 '청년당'을 젊은 정치인을 양성하는 인큐베이터로 정착시키려 한다.

우리 당의 다음 공동 목표는 내년 대선을 이끌 당 지도부를 제대로 세우는 것이다.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개개인의 출세욕 같은 것 때문에 다투는 모습이 노출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차기 대선주자와 당 리더십의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 욕심을 내려놓고 정권교체라는 대의만 생각할 때다."

김현빈 기자
김민순 기자
박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