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전국 공동주택 공시지가 후폭풍이 거세다. “공시지가 현실화”를 주장한 정부에 제주‧서초구에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반발이 전국화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총대를 멘 공시지가 재조사 요구에 오세훈 시장까지 팔을 걷어 붙이자 원 지사는 환영 입장을 냈다. 원 지사는 11일 “공시가격 검증과 부동산 정책 바로잡기에 오 시장도 함께 하기로 했다”며 “뜻을 같이하는 지자체장과 연대해 엉터리 공시가격 산정으로 고통 받는 서민들을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 시장은 10일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 현장점검 후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은 세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연결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60개 이상 생활상의 경제적 부담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제대로 된 재조사 근거를 갖고 건의하면 중앙정부도 끝까지 거절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시절 공시가격 인상률을 동결하고 재산세 감면을 공약으로 내세운 오 시장이 사실상 공동주택 공시가격 재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와 관련 지난 5일 원 지사는 국토교통부의 공시지가 산정을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조 구청장과 함께 “전국 지자체와 함께 재조사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서초구가 일부 아파트 단지의 공시지가가 실거래가 보다 높게 산정됐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조 구청장은 7일 재차 “해명이 기가 찬다”며 재반박에 나선 상황. 공방이 격화하는 집단반발 움직임에 오 시장까지 화답하면서 국민의 힘 소속 광역‧기초지자체장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서 오류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가뜩이나 신뢰를 잃은 정부 부동산 정책은 또 다시 휘청거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사 인원과 전문성 부족 등 공시지가 조사의 태생적 한계가 여전한 만큼 이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하다면 공시지가를 매년 책정하기보다, 3년에 한 번씩 산정하고 그 사이는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해 반영하는 식으로 가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표된 2020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사 인원은 총괄 실무자를 포함해 약 520명이었다. 1인당 조사·산정한 공동주택은 평균적으로 약 845개 동. 가구 수로는 2만6,596가구에 달한다.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지가는 14년 만에 가장 큰 폭인 19.08%나 뛰었다. ‘천도론’이 불거졌던 세종은 70.68%나 급상승했고, 경기(23.96%)‧대전(20.57%)‧서울(19.91%)도 올랐다. 정부는 현재 시세의 70% 안팎인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90%까지 끌어올리겠단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