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50세? 30세?...AZ 백신 접종 연령제한 해법은

입력
2021.04.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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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제한 나라 13개국...방역당국 11일 결정 
"상반기 예방접종 계획 다시 세워야"
AZ 접종 이득과 위험, 60대와 20대 차이 커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대한 접종 재개 여부를 11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특정 연령대나 대상군에 대한 접종 제한을 선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접종 제한을 결정한 나라가 13개국에 달하는 만큼 국내 전문가 중에도 젊은층에 대해선 접종을 중단하거나 다른 백신을 맞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제한 기준을 어떻게 정할지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데다 다른 백신 물량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 접종 제한 대상을 정하기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

해외 사례 토대로 연령제한 가능성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혈전 부작용을 우려해 AZ 백신 접종을 제한한 나라는 9일 기준 한국을 포함해 13개국으로 집계된다. 독일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필리핀은 60세 이상, 캐나다와 프랑스 벨기에는 55세, 호주는 50세 이상 국민에게만 AZ 백신을 접종키로 했다. 연령 제한이 가장 낮은 나라는 AZ사의 '모국'인 영국으로, 30세 미만의 젊은 연령층에만 AZ 말고 다른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60세 미만 접종을 잠정 중단하고 전문가들이 논의에 들어갔다.

정부는 해외 사례들을 참조해 접종 제한 여부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배경택 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에선 AZ 백신 접종자 수가 100만 명이 채 안 되는데, 유럽 특히 영국에는 굉장히 많이 접종됐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전문가 논의를 거쳐 11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접종군에 제한을 둘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의료계에도 접종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젊은층은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혈전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며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만약 AZ 백신을 특정 연령대 이상만 맞히기로 결정되면 접종 대상자에 젊은층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2분기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은 변경될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5세나 60세 이하의 AZ 백신 접종을 제한하고, 고위험군 위주로 상반기 접종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감염 적을 때 20대는 백신 위험이 이득보다 커

문제는 어떤 대상의 접종을 제한할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7일 유럽의약품청은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 혈전증이 백신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성별, 연령, 병력 등) 특별한 위험요인이 식별되진 않았다"고 했다. 60세 미만 여성에서 접종 후 희귀 혈전증이 발견된 사례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연령이 실제 위험인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재로선 AZ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위험을 객관적으로 비교해보는 게 급선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확률, 감염 후 중증이나 사망 확률, 백신 접종 후 감염 예방 확률, 심각한 부작용 확률 등을 연령대별로 계산해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의약품규제청과 케임브리지대가 AZ 백신 접종에 따른 이득과 위험 수준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60대는 이득이 위험보다 약 200배 높은 반면 20대는 2배에 그친다. 이는 코로나19 감염이 1만 명 중 6명 발생할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발병률이 1만 명 중 2명으로 낮아지면 60대는 접종 이득이 위험보다 여전히 70배 높지만, 20대에선 오히려 위험이 이득보다 1.4배 높아진다.

하지만 외국 수치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국내 실정에 맞게 환산해서 득실을 추정해야 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고령자는 접종의 이득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20~30대는 이득과 피해 정도를 계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임소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