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 파문이 각국에서 계속되고 있다. 유럽의약품청(EMA)이 백신과 혈전 생성의 연관 가능성을 인정한 뒤 기피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EMA는 접종의 이익이 부작용보다 크다며 접종을 계속할 것을 권고했지만 이 또한 ‘약발’이 안 먹히고 있다.
전 세계 110개국에 달하는 AZ 백신 접종국 가운데 9일 현재 AZ 백신 접종 대상자 조정에 착수한 국가는 20여 개국에 이른다. AZ 백신 접종 후 혈전이 생성된 사례가 저연령층에 집중된 만큼, 고령층을 대상으로 제한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필리핀의 경우 60세 이상 국민에게만 AZ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고, 한국 정부도 60세 미만 접종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스페인은 60~65세로 연령대를 크게 제한한다며 우선 이 연령대 접종 후 66~69세 집단에 AZ 백신 접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저연령층에는 AZ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9일 모든 연령대에서 AZ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연합(AU)은 자체 백신 조달 계획에서 AZ 백신을 배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은 8일(현지시간) “AZ 백신 대신 존슨앤드존슨의 백신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응켄가송 소장은 “AZ 백신과 뇌혈전증 연관 가능성 때문은 아니다”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후원을 받는 코백스 퍼실리티의 AZ 백신 공급과 중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속내에는 ‘불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AZ 백신 접종을 강행하는 경우 부작용 발생 시 정부에 큰 부담이 된다는 의미다.
AZ 백신의 대안을 찾는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AZ 백신을 1차 접종한 55세 이하를 대상으로 2차 접종 때에는 mRNA 백신을 사용하도록 권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mRNA 백신 중 프랑스에서 사용 승인을 받은 백신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과 미국 생명공학기업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뿐이다. 앞서 독일이 1일 내놓은 방침과 같은 수준으로 사실상 AZ 백신 퇴출에 나선 셈이다. EMA의 AZ 백신 접종 계속 권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방침이다.
안전성과 효능에 의문이 제기돼 그간 도입을 꺼려 왔던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러브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제약사로부터 1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구입을 추진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아 계획을 중단했던 독일 역시 구매 재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도 러시아와 스푸트니크 V 조달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