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4·7 재·보선 압승에 대해 “국민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퇴임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재·보선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실정과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는 것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국민의힘으로선 "막대기만 꽂아도 이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이 혁신을 게을리하고 안주한다면 매서운 민심의 바람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날 퇴임함에 따라 국민의힘은 당의 리더십과 체제를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연전연패를 거듭해왔던 국민의힘이 김 위원장을 긴급 소방수로 영입한 후 변신을 꾀하긴 했으나 새롭게 설정한 이념적·정책적 좌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과거 시장만능주의나 반공 색깔론에 의존했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국민의힘에 기회를 준 중도층 민심이 다시 등을 돌릴 게 분명하다.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다시 구태의연한 당권 싸움에 매몰된다면 탄핵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도 시간 문제다.
특히 송언석 의원이 7일 재·보선 개표 상황실에서 자신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직자들에게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벌써 자만에 빠져들었느냐"는 개탄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당이 분명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급속히 식을 수 있다. 2030세대가 여권에 등을 돌린 주요 요인 중 하나가 공정성 문제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선거에서 강하게 작용한 정권심판론이 내년 대선에도 이어지리란 보장이 없다.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에만 기대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민생 회복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정권 교체는 요원할 것이다. 되레 여권의 누적된 실정으로 마련된 엄청난 기회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구제 불능이란 역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