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해 ‘일선 재판 개입’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이규진(59ㆍ사법연수원 18기)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법원 판결 직전 변호사 등록을 허가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8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변협 상임이사회는 회의를 열고 이 전 상임위원의 변호사 등록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그는 곧바로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게 가능해졌다.
다만 이 전 상임위원의 변호사 등록 허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위기다. 앞서 그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접수한 서울변호사회가 변협에 ‘부적격’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이다. 서울변회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점 △해당 사건으로 법관 재직시절 중징계를 받은 점 등을 부적격 사유로 들었다. 변호사법은 ‘공무원 재직 중 위법행위로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은 경우’에 대해 변협 등록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변협 등록심사위는 서울변회 의견과 달리,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이 전 상임위원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받아들였다. 변협 관계자는 “변협은 등록심사위 의결에 따라 변호사 등록을 허가한다”며 “최근 변호사 등록 지연에 대해 변협 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도 있어, 형의 확정 전에는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위원은 변호사 등록 허가 8일 후인 지난달 23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내부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에 개입한 게 주요 공소사실이었는데, 법원은 그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 아직 1심 재판이 끝나지 않은 고영한ㆍ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도 지난해 변호사 등록 허가를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