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대안 없는 정부… 부작용 논란에도 'AZ접종 재개'에 무게

입력
2021.04.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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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 논란으로 중단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다음 주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접종 대상자 연령제한 등 조건이 따라붙을 경우, 정부가 그간 세웠던 접종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AZ백신을 둘러싼 반복적 논란 때문에 접종 거부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8일 "국내외 동향 및 이상반응 발생 현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일부 보류된 AZ 백신 접종의 재개 여부를 11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은 이날 혈전 전문가 자문단 회의를 시작으로 백신 전문가 자문단,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계획이다.


화이자·AZ 밖에 없어 접종 재개 불가피

AZ 백신 접종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약품청(EMA)은 AZ백신과 혈전 문제에 대해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특이 혈전을 AZ 백신 접종 후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 사례로 봐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서 '특이 혈전'이란 뇌정맥동혈전증(CVST), 내장정맥혈전증(SVT)을 말한다. 의학계에서는 혈전증이 뇌와 내장정맥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본다. 그런데 유럽의 AZ백신 접종자 3,400만명 중 CVST는 169건, SVT는 53건이 보고됐다. 혈전이 AZ 백신의 문제이긴 한데, 굉장히 특이하고 예외적 사례라는 얘기다. 이는 '극히 조심해야 하지만 AZ백신은 맞는게 더 낫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EMA가 내린 과학적 결론인 만큼, AZ 백신을 아예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접종재개를 시사한 셈이다. 여기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우리나라가 가진 백신은 화이자와 AZ 뿐이고,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AZ백신이다. AZ백신 접종을 포기하면, 11월 집단면역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연령제한 도입하면 예방접종계획 수정 불가피

다만 건강에 직결된 백신 접종 문제를 과학적 근거만으로 결론짓기 어렵다. EMA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성인들에겐 AZ백신을 맞히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AZ 백신의 모국으로 AZ백신의 효과를 누구보다 앞서서 자랑하던 영국마저 30세 미만 접종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혈전증 사례가 3건 발생했고, 이 중 2명이 20대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우리도 접종계획을 수정해 △연령제한을 통해 고령층에만 AZ백신을 맞히거나 △2분기 접종 대상자로 앞당겨졌던 교사, 고3 학생, 항공승무원 등에 대한 접종을 미뤄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다.

연령제한을 한다면 그 파급효과도 걱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특이 혈전 부작용은 55세 미만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났는데, 영국처럼 30세 미만 접종 제한을 할 경우 30~55세 대상자들이 접종을 망설이거나 거부할 수 있다. 조은희 추진단 접종후관리반장도 "연령 제한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차라리 접종 속도전을 늦추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예 '접종 속도전'을 늦추자는 제안도 나온다. AZ백신 2회 접종 물량까지 1회로 돌려서 접종 대상자를 늘리겠다는 지금의 계획을 접자는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우선순위는 감염시 중증·사망 위험이 높은 사람들인데, 중간에 항공승무원, 고3학생 등이 포함됐다"며 "AZ백신 접종의 연령제한으로 우선순위를 재검토한다면 이 부분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상반기 최대 목표는 고위험군 보호인 만큼 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성인은 모더나, 얀센 등 다른 백신이 추가로 확보될 3분기에나 접종하는 게 맞다는 얘기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