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느린 백신 접종에 불만... 고노 "6월 3600만명분 확보"

입력
2021.04.08 17:30

변이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일본이 사실상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에 진입한 가운데, 다른 나라에 비해 유달리 느린 백신 접종 속도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8일 일본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2월 17일 처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후 전날까지 일본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103만6,429명으로, 이 중 35만6,679명이 2회 접종을 완료했다. 7일까지 누적 접종자 수가 107만5,574명이고 이 중 4만2,647명이 2회 접종을 받은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양국은 인구 대비 접종율 순위에서 세계 하위권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집계하는 전 세계 백신 접종 현황에 따르면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가 한국은 140여개국 중 90위, 일본은 101위다.

일본에선 최근 변이 바이러스로 코로나19가 다시 급격히 확산하는 가운데 백신 접종 속도가 늦어지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8일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를 대상으로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분노가 터져나왔다. 관련 뉴스를 전한 매체의 트위터에는 “의료진도 다 접종하지 못했는데 무슨 말이냐” “선수들이 먼저 정부 방침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전염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데 올림픽을 우선순위에 두면 국민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 등 격앙된 반응이 잇따랐다.

일본 정부는 백신 접종 속도가 늦는 이유에 대해 유럽연합(EU)에서 자체 접종을 위해 해외 수출을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한 달 후인 5~6월에는 주당 1,000만회 접종 분량이 도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 장관은 7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6월 말까지 고령자 3,600만명분 백신을 공급할 수 있다”면서 5월 첫째 주 '황금연휴'에 고령자 접종을 대규모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되는 오사카부와 효고현 등에서는 영국형 변이 바이러스의 비중이 70%에 이르는 등 기존 바이러스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올해 2월 22일부터 1주일 간 56명에 그쳤던 변이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 수는 3월 22~28일 간 767명에 달해, 불과 한 달 만에 14배로 급증했다.

도쿄 지역에선 변이 바이러스 비중이 3% 정도로 작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속도로 확산될 경우 다음달쯤에는 7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8일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를 도쿄에도 적용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도민들에게는 “도시 경계를 넘은 장거리 출장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