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투표율이 56%를 넘겼다. 오후 9시 50분 집계 기준 서울 투표율은 57.9%, 부산은 52.7%였다. 집권 5년차인 문재인 정부 심판 구도로 선거가 기울면서, 정권 심판을 원하는 보수도, 국정 안정을 원하는 진보도 투표장으로 집결한 결과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세력이 유리하다는 공식은 깨졌다.
이번 보선 본투표는 법정공휴일이 아닌 평일에 진행됐다. 하지만 투표 열기는 2018년 지방선거 투표율(60.2%)에 육박할 만큼 뜨거웠다. 지금까지 투표율 50%를 넘긴 광역단체장 보선은 없었다. 재·보선 투표율 역대 최고치는 61.4%이지만, 2014년 10월 경북 청송·예천 기초의원 선거 때 기록이었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높은 투표율에는 문재인 정부 4년간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실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 여권 인사의 전·월세 인상 '내로남불' 등이 불지핀 '심판 정서'가 반영됐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의 정당 지지율이 30%대 수준인 점에 비춰보면, 높은 투표율은 정부·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과 분노가 한번에 터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심판 열기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끌어올렸다. 서울에선 강남(61.1%), 서초(64.0%), 송파구(59.8%) 등 '강남 3구' 투표율이 높았다. 종합부동산세·공시지가 인상 등에 대한 분노가 뜨거운 지역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강북(54.4%), 금천(52.2%), 중랑구(53.9%) 등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았다.
이달 2,3일 실시된 사전 투표율(20.54%)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각 진영의 투표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있다. 민주당이 높은 사전 투표율을 지지층의 결집으로 해석하자 위기를 느낀 보수층이 적극적으로 표를 행사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의 선거 막판 네거티브 전략이 중도층의 투표 열기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선거 막판 과도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자, 위기 의식을 느낀 중도층이 투표장에 달려가 '분노 투표'를 했다"면서 "민주당의 전략 실패"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