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완패한 이유, 차고 넘쳤다... 뼈아픈 4대 실책

입력
2021.04.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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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21대 총선 이후 1년간 '벌점'을 차곡차곡 쌓았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는 누적된 벌점이 민심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선 결과다. 벌점의 출처가 청와대와 민주당 '내부'라는 건 더없이 뼈아픈 지점이다.

①독선과 오만, 중도층을 떠나보내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뒤 곧바로 ‘입법 독주’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과 협상 없이 국회를 단독 개원한 게 시작이었다. 국회 상임위원장직 18개도 독식했다. 집권여당이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한 건 1987년 이후 33년 만이었다.

'180석의 슈퍼 여당을 만들어 준 민심의 명령'이라며 민주당은 질주했다. 거여(巨與)의 힘을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3법 △임대차 3법 △공정경제 3법 등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살뜰히 활용했다. 국회법과 국회 관례엔 수시로 눈감았다.

검찰개혁은 선명한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추미애ㆍ윤석열 갈등 △2021년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추진 등 진통을 거쳐 검찰개혁 숙원을 이뤘지만, 시끄러운 과정을 지켜 본 민심은 지치고 말았다. 검찰개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②부동산 내로남불, 결정타가 되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부동산'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4년간 25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전셋값은 계속 치솟았다.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문 대통령)던 약속은 어느새 퇴색했다. 1주택자도, 무주택자도 정부에 화를 냈다. 집 살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한 2030세대의 분노가 특히 거셌다. "정부 믿다 벼락 거지가 됐다"는 자조가 흘렀다.

지난달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콸콸 부었다. 정부가 대대적 조사를 벌이고 대책 마련을 시작했지만,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데다 도덕성까지 없는 정부’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터진 '김상조ㆍ박주민 전월세 내로남불'은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전월세 상한제를 골자로 임대차 3법 입법을 주도한 이들이 지난해 국회 법안 통과 직전 임대 계약을 다시 하면서 전월셋값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질하고, 민주당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박주민 의원을 배제했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③성추행 원죄+박원순 추모 열기=젊은층 이탈

이번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실시됐다. 두 사람은 권력형 성추행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민주당은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었다. '우리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엔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을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만들었지만, 민주당은 '신의' 대신 '시장직 두 자리'를 택했다.

문재인 정부를 뜨겁게 지지했던 2030세대, 특히 여성 유권자들이 떠나가기 시작했다. 박 전 시장에 대한 민주당의 추모 열기는 이탈을 더욱 부추겼다. 선거 기간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난데없이 “박원순 재평가·복권”을 주장해 '쐐기'를 박았다.


④'생태탕'만 남고…선거 리더십 없었다

당정청은 선거 과정에서 줄줄이 터진 리스크에 유능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당청은 검찰개혁 후속 조치를 두고 이견을 보였고, LH 사태 해법을 놓고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 리더십 공백은 당내 인사들의 연이은 '막말' 논란을 낳았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정체성을 부정하는 정책을 맥락 없이 쏟아냈다.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이 세금폭탄 불만으로 번지자 "공시가격 인상률을 조정하겠다”고 물러섰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카드도 꺼내 ‘세금 중과 대출 규제→투기 수요 억제→집값 하락’의 기조를 스스로 허물었다.

전략 부재는 ‘네거티브 올인’으로 귀결됐다. 민주당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당선자의 내곡동 땅 셀프 특혜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했으나, 결정적 물증을 내놓지 못했다. 남은 건 '생태탕'뿐이었다. 집권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도,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라는 걸출한 '인물'도 선거 내내 제대로 찾아볼 수 없었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