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을 두고 많은 국민이 공분했는데요. 특히 경찰 조사에서 피의자 김태현(25)은 피해자의 '택배 상자 사진'을 보고 집 주소를 알아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김씨는 게임 채팅창에 피해자 A씨가 올린 사진 속 택배 상자에 적힌 A씨의 집 주소와 아파트 동호수를 확인하고 사건 전날에는 퀵 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A씨의 집을 찾아가기까지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피의자 김씨의 행각에 분노한 가운데, 택배 운송장에 적힌 개인정보가 범죄로 이어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택배상자 관리 잘해야 겠다", "위기탈출 넘버원에서 택배상자 범죄에 이용된다고 조심하라는 거 나왔었는데...", "박스 버릴 때 송장 깔끔하게 떼 버리고 택배기사가 매직으로 박스에 쓴 것도 칼로 도려내서 버려요" 등의 반응을 보였는데요.
사실 택배 운송장과 관련한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6년 부산에서는 제거되지 않은 택배 운송장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택배기사로 위장해 강도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있었는가 하면, 2019년에는 유명 여성 유튜버 '양팡'이 택배 송장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바람에 모르는 사람들이 장난 전화를 걸고, 집 벨을 누르고 도망가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한 사례도 있었어요.
1일에는 운송장에 적힌 이웃집 여성의 휴대전화로 10여 통의 음란 메시지와 200여 통의 협박 문자를 보낸 남성이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택배량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함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경찰과 택배 업계 등 다수 관계자는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이름과 집 주소, 전화 번호 등 중요한 개인정보가 모두 담겨 있는 '택배 운송장'. 운송장 시스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운송장 개인정보가 범죄로 활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택배를 받은 뒤 운송장 또는 운송장 속 개인정보를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누리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공유한 '택배 송장 잘 제거하는 팁'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뜯어서 찢고 버리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송장을 뜯고 찢어서 버리는 건데요. 경우에 따라 운송장 전체를 뜯어내거나, 택배 업체마다 운송장 개인정보 부분만 뜯을 수 있게 표시해 놓은 부분을 따라 떼어낼 수도 있습니다.
물품이 비닐 포장재에 담겨 왔을 경우 비닐에 붙은 송장이 잘 떼어지지 않을 수 있는데요. 그럴 때는 송장을 물에 불린 다음 떼어내면 보다 쉽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떼어낸 운송장은 가위로 작게 자르거나 손으로 찢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버리면 되는데요. 가정용 파쇄기가 있다면 이용해도 좋습니다.
② 물파스, 아세톤, 알코올 등으로 개인정보 지우기
운송장의 접착력이 강해 택배 상자 표면에서 잘 떼어지지 않았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그럴 때에는 억지로 힘들여 떼어내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쓰는 물질로 운송장 속 개인정보를 지울 수 있는데요. 바로 아세톤, 물파스, 알코올 등을 이용하는 겁니다.
개인정보가 담긴 부분을 중심으로 적은 양의 아세톤이나 물파스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글씨가 곧바로 사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화장솜에 아세톤을 묻혀 운송장 라벨을 문질러도 좋습니다. 이때 일반 아세톤보다는 젤 네일용 아세톤을 사용하는 것이 지우는 데 더욱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③ 개인정보 보호 스탬프 사용하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명 '개인정보 보호 스탬프(롤러)'를 사용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인데요. 이름, 전화번호, 송장번호 등의 개인정보 위에 스탬프를 찍거나 롤러로 문질러 잉크를 펴 바릅니다. 잉크가 다 마를 때까지 기다린 뒤 택배 상자를 버리면 됩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등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구매 가능하며 크기와 제조사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대부분 5,000원 이하로 살 수 있습니다. 한 번 다 쓰고 나면 잉크만 추가로 사서 채우면 되기 때문에 비용 면에서도 합리적입니다.
한편 운송장 속 눈에 보이는 개인정보 못지않게 '바코드'를 제거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체국은 우정사업본부(우체국) 블로그를 통해 '이름 옆의 바코드에는 모든 정보가 들어있어 이름, 연락처, 주소 등 글자만큼 바코드도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누군가가 휴대폰 등으로 바코드 리더 기능을 실행한다면 바코드 속 개인정보를 모두 읽어낼 수 있는 셈이죠.
택배 상자를 버리기 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