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서울시정에도 큰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박원순 전 시장이 임기 동안 막아놓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그러나 2011년 무상급식 문제로 사퇴해 10년 가까이 정치 낭인으로 지내다가 ‘언더독의 반란’을 통해 3선 서울시장에 오른 오 당선자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날을 세운 서울시의회와의 갈등, 시정 성과를 보여주기엔 비교적 짧은 1년 남짓한 재임기간, 그리고 검찰 조사는 그의 성공을 가늠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 당선자의 공약을 꿰뚫는 핵심 단어는 ‘속도(스피드)’다. 스피드 주택공급과 스피드 교통을 1‧2순위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내년 선거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그의 입장에선 성과를 내기 위해 정책 드라이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오 당선자는 5년 안에 공급 목표(36만호)의 절반을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35층 룰 철폐, 용적률 완화, 제2종 일반주거지역 층고 제한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1·2·3종으로 구분된 일반주거지의 종 기준을 없애고 용적률을 기본 300%까지 보장하는 용도지역 통폐합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는 그 동안 조례를 통해 용적률을 250%(3종 일반주거지)로 묶고, 2종 일반주거지는 난개발 방지를 위해 7층(단독주택)과 15층(아파트단지) 이하로 층고를 제한해왔다.
문제는 조례 개정이다. 조례를 바꾸려면 시의회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내곡동 땅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까지 나선 민주당 시의원들이 조례 개정에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장과 시의회의 충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소득 없는 1가구 1주택자 대상 재산세 면제 공약 역시 조례를 개정하고 25개 자치구 동의까지 필요해 실행 전망이 불투명하다. “임기 1년짜리 시장이 대통령과 정부, 시의회와 싸워서 이기겠냐”(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오 당선자는 가뜩이나 짧은 임기 내내 검찰 조사까지 받을 것으로 보여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내곡동 땅 보상 의혹과 관련해 그를 2차례 검찰에 고발했다. 땅 측량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허위라는 게 고발 취지다. 민주당이 “허위사실 공표죄로 당선 무효 가능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온데다,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고소‧고발을 취하할 가능성은 낮다.
10년 만에 서울 탈환에 성공했으나, 조직 개편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내년부턴 재선 준비에 들어갈 오 당선자가 연말까지 두드러진 성과를 내려면 조직을 크게 흔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원순 전 시장의 역점사업인 서울민주주의위원회나 서울시 도시재생본부를 축소하는 대신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본부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가 과거 시장 시절 ‘무능 공무원 3% 퇴출’ 정책을 폈던 만큼 인사 칼바람이 휘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들도 나온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오 당선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반기 공무원 인사와 내년 상반기 예산안 편성 외엔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